'라스트 마일' 2024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
3월 국내 개봉을 앞둔 '라스트 마일'은 기존의 속편이나 리메이크 방식을 넘어서 각기 다른 드라마의 세계관을 공유, 확장한 방식으로 제작된 일명 '쉐어드 유니버스' 영화다. 쉐어드 유니버스는 흔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나 DC 확장 유니버스(DCEU)처럼 여러 작품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형식을 일컫는 말이다.
앞서 '고질라' 시리즈가 세계관을 공유했지만, 이는 영화 프랜차이즈 내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반면 '라스트 마일'은 인기 드라마 '언내추럴'과 'MIU404'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최초 시도다.
'언내추럴'과 'MIU404'은 모두 노기 아키코 작가의 작품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성사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2018년 방영된 '안내추럴'은 부자연스러운 사인(死因)으로 인해 죽음에 이른 시체들의 억울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미스터리 의학 드라마로, 이시하라 사토미와 이우라 아라타가 출연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20년 방영된 'MIU40'4는 사건의 초동 수사를 담당하는 경시청 기동 수사대의 형사들이 24시간 이내에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수사물이다. 이 드라마에는 아야노 고와 호시노 겐이 출연,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긴박한 전개가 어우러져 일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팬덤을 형성했다.
'라스트 마일'은 두 드라마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오리지널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을 선택, 미츠시마 히카리와 오카다 마사키라는 새 주인공을 내세웠다. 영화의 줄거리는 택배 폭발로 사망한 피해자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언내추럴'의 UDI 라보의 부검의가 등장하고, 곳곳의 폭탄 테러 사건 현장에 'MIU404'의 제4 기동수사대가 출동하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언내추럴'의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쿠보타 마사타키, 'MIU404'의 아야노 고, 호시고 겐이 출연해 멀티캐스팅을 완성했다.
같은 작가가 집필했지만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드라마를 하나의 영화로 연결하는 방식은 기존 팬층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 내 개봉 후 반응도 좋았다. '라스트 마일' 개봉 후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총 59억엔(약 404만 명)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는 2024년 실사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제48회 일본 아카데미 상에서 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작품성도 함께 입증했다.
한국에서는 속편이나 스핀오프 등 같은 배우, 제작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세계관을 연결한 시례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각기 다른 드라마의 세계관을 합친 사례는 없었다. 현재 한국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웹툰·웹소설 기반 작품들 위주로 제작 편성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라스트 마일'의 방식은 향후 IP 확장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라스트 마일'처럼 인기 드라마나 영화의 세계관을 합치는 것이 매력적인 수익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식이 가능하다면 투자 배급할 의향도 있다. 하지만 실현하기까지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라며 " IP 공유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도 여러 권리 문제와 제작 주체 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존 팬층을 만족시키면서도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이런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독립적인 콘텐츠로 완성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에 이같은 실험적 시도가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