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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자회사도 얄짤 없네"…AI 올인 카카오, 조직 슬림화 '드라이브'


입력 2025.04.10 15:22 수정 2025.04.10 15:28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카카오엔터·모빌리티 지분 매각설 제기

카카오VX 매각 추진 중…연내 마무리 목표

사법리스크 및 문어발식 확장 논란 지우고

AI·카톡 주력…정신아 "속도있는 투자 필요"

카카오 판교 사옥 전경. ⓒ연합뉴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VX 등 주요 자회사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과 잇단 사법리스크로 기업공개(IPO) 시기를 놓치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주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사업을 위한 투자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내고 "당사는 카카오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해당 회사 주주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해명은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주주사에 서한을 보내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퍼진 데 따른 것이다. IT(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주요 주주들과 지분 매각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66.03% 보유하고 있다. 그 외의 주요 주주로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12.42%),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5.1%), 싱가포르 투자청(5.1%)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초 카카오는 2019년 주관사를 선정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준비해 왔다.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와 타파스, 연예기획사 안테나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는 42개에 이른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 기업가치 11조원을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128억원으로 전년(1조8735억원) 대비 3.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692억원)보다 16.5% 증가한 806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591억원이고, 영업권 손상차손은 1889억원에 달한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상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자 경영권 매각이나 지분 일부 매각 등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려두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40%에 육박하는 기존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주주(57.2%)인 카카오도 일부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카카오VX 매각 계획을 공식화했다. 카카오VX 관련 사업부문의 자산과 부채를 매각 예정으로 분류하고 해당 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성과를 중단영업으로 처리했다. 현재 비지배주주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시 이들과 관련된 사법 리스크와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논란도 일부 벗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혐의로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처리 위반 혐의와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비대해진 조직이 신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자 빠르게 조직을 슬림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AI 사업에 투입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해 5월 기준 147개였던 계열사 수를 지난 2월 기준 116개까지 줄이는 등 조직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여러 차례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과 AI에 전사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이 일환에서 지난 2월 토스뱅크 초대 대표 출신 홍민택 CPO(최고제품책임자) 중심의 카카오톡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AI 관련 조직을 단일화하기도 했다. AI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AI 스튜디오도 새로 꾸렸는데, 정 대표가 직접 조직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달 창립 15주년 기념 경영 워크숍에서도 경영진들에게 AI 시대에 걸맞는 속도감 있는 투자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정 대표는 "한정된 자원으로 글로벌 빅테크들과 국경없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일단 해보자'는 접근은 위험하다"라며 "높은 시장 이해에 기반한 명확한 방향 설정, 효율적이고 속도감 있는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IPO 시장 호황 때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던 곳들이라 그 정도로 기업가치가 책정될 지는 미지수이나 조직 정리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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