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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호날두’ 나니 설움…SOS 퍼거슨!


입력 2013.03.09 07:58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챔스 레알전 퇴장으로 팀 탈락 초래

홈팬 조롱·비난 세례 '의기소침'

맨유-레알전 승부를 가른 것은 나니의 퇴장이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문턱에서 좌절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맨유는 지난 6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의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1-2 역전패, 1·2차전 합계 1무1패로 탈락했다. 홈에서 득점 없이 비기기만 해도 레알을 제치고 8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맨유로서는 충격적인 결과다.

더 아쉬운 것은 경기 내용. 이날 승부를 가른 건 루카 모드리치의 동점골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역전골도 아니었다. 1-0 앞선 후반 11분, 루이스 나니의 퇴장이 결정타였다. 나니는 레알 아르벨로아와 볼 경합 과정에서 발을 들어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후 양상은 레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나니를 퇴장시킨 터키 출신 쥐네이트 카차르 주심(36)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축구화 스터드(못)가 보였기 때문에 선수 보호 관점에서 퇴장이 맞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가혹한 판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심지어 레알 조제 무리뉴 감독도 “맨유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면서 “반칙 장면은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에 경고 카드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차르 주심은 유럽에서 가장 냉정한 심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역적이 된 나니에 대한 맨유 서포터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맨유 팬은 “팔아 치워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리그에서도 유리한 상황을 망친 적이 더러 있었다. 한 마디로 나니의 플레이는 명석하지 못하다”며 “혹자는 ‘제2의 호날두’로 비유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헐뜯었다.

나니로선 자존심 상할 법하다. 대표팀에서조차 자신의 이름 대신 ‘짝퉁 호날두’로 불리는 나니의 상처받은 마음에 맨유 팬들이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언론마저 돌아서는 분위기다. 판정 논란 보도와 별개로 “발전 없는 나니는 맨유에 필요 없는 선수, 퍼거슨이 정리해야 할 낡은 만년 유망주”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지금의 맨유에서 나니만큼 위협적인 윙어는 보이지 않는다”며 “레알전 선제골도 나니 발끝에서 시작했다. 퇴장을 부른 위험한 볼트래핑만 없었다면 맨유가 16강에 올랐을 것”이라고 나니를 변호했다.

올 시즌 맨유는 날카로운 윙어가 부족하다. 공수 양면에 기여한 박지성이 떠났고, 발렌시아와 애슐리 영은 부상 후유증으로 정상이 아니다. 불혹의 라이언 긱스가 있지만 풀타임 활약 후엔 평균 보름 간격의 휴식이 필요하다. 때문에 가가와 신지가 윙어로 나서기도 했지만 그의 멀티 능력은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나니의 방패가 되어 줄 유일한 인물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뿐이다. 나니는 자수성가 케이스다. 유년 시절 부모가 집을 나가 삼촌 집에서 축구선수 꿈을 키웠다. 퍼거슨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니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아 부었다. 매 시즌 나니가 방출 소문에 시달릴 땐 “내가 아끼는 선수다. 그가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장 챔피언스리그 결과는 아쉽지만 리그가 남아 있다. 퍼거슨이 다시 한 번 나니의 방패가 돼줘야 하는 이유다.

한편, 맨유는 오는 11일 홈 올드 트래포드에서 첼시와 FA컵 8강전을 치른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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