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도둑은 안돼" 안희정 "도둑도 국민"…치열 2위 쟁탈전
이재명 "청산 대상은 이웃집에 숨은 도둑들"
안희정 "지도자는 도둑들마저 안고 가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민주당 합동토론회에서 2위 자리를 놓고 열띤 공방을 펼쳤다.
이날 두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최성 고양시장과 함께 민주당 제 19대 대통령 선거후보자 방송사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대연정 범위'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을 놓고 맞붙었다.
특히 '대연정 범위'에 대해 확연한 의견차가 드러났다. 안 지사가 "이재명 시장은 화끈하고 시원하다. 그건 굉장히 뛰어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더 높은 수준의 협치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먼저 공격에 나섰다.
이에 이 시장은 "분명하게 말하면 저는 이웃집과는 잘 지낸다. 다만 이웃집 숨은 도둑에게는 가혹하다"며 "포용하고 협치하기 위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 제가 청산하고자 하는 것은 같이 할 수 없는 이웃집에 숨은 도둑들"이라고 반박했다. 대연정 범위에 자유한국당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안 지사의 평소 주장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적폐세력들과 손을 잡고 적폐를 청산할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자가당착"이라며 "때에 따라 말이나 태도·가치를 바꾸는 것이 불안정이다. 저는 한번도 제 입장과 원칙·가치를 바꾼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도 지지 않고 맞섰다. 그는 "지도자는 도둑들마저도 국민이다. 그 도둑들마저 안아주는 따뜻한 진보의 길을 가자고 말씀드린다"며 자신의 '대연정'론으로 응수했다. 또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80석 이상이 아니면 개혁입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180석 이상의 가장 큰 의회 다수파를 형성해서 다음 정부를 이끌어보자는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사드에 문제와 관련해 안 지사는 "모든 정책을 동원해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에 피해받는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중국 현지 교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뛰겠다"면서도 "현명하고 균형잡힌 외교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라도 한미동맹은 중국을 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이 시장은 "사드가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면 제가 왜 반대하겠냐"며 "목숨을 걸더라도 잘못된 정책을 고칠수 있어야 한다. 사드 일부가 설치됐다 하더라도 이것을 원상복귀시켜서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사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렇듯 문 전 대표가 여전히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안 지사와 이 시장의 2위 싸움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이 시장은 8%의 지지를 받아 안 지사(15%)를 바짝 뒤쫓고 있다. 둘의 격차는 지난주 동일 조사 당시 13%p에서 7%p까지 좁혀졌다.
지난 1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별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순위는 응답 대상에 따라 뒤바꼈다.
전체응답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안 지사는 31.9%로 2위를 기록했고, 이 시장은 2.6%p 상승한 14.6%로 3위에 올랐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볼 때는 이 시장이 14.6%를 기록하며 안희정 지사(13%)보다 높은 적합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한편 토론회 직후 더문캠 고민정 대변인은 "문 후보가 치열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주도하며 준비된 후보의 면모를 선보였다"고 자평했다. 반면 안희정캠프 박수현 대변인은 "문 후보가 '우리 당은 이제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정당으로 성장했다'고 표현한 것은 과하다. 국민 앞에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재명 캠프 김병욱 대변인은 "적폐세력 청산 없는 통합은 국민적 설득력이 없다는 이 후보의 뜻을 유권자에게 충분히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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