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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 KBO 개혁안, 실종된 팬서비스는?


입력 2018.09.13 00:16 수정 2018.09.12 23:3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정운찬 KBO 총재, 아시안게임 관련 사과

프로스포츠의 근간인 팬 서비스 개선은 미포함

정운찬 KBO 총재. ⓒ 연합뉴스

정운찬 KBO 총재가 고개를 숙였지만 야구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정운찬 총재는 12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내 KBO 사무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야구계 당면 과제와 KBO리그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정 총재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당초 목표대로 우승할 수 있었다. 대회 3연패도 달성했다"면서 "그러나 국민스포츠인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쳤다. 외형의 성과만을 보여주고 만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유구무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KBO가 국위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돼 있었다"고 한 뒤 "우리 국민과 야구팬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모든 국가대표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경기장 안은 물론 사회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와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 선발과 운영 등 주요 사안들을 제대로 점검하고 조정해내지 못한 저의 책임이 크다"면서 "특히 병역 문제와 관련해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총재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인 까닭은 역시나 돌아선 팬심 때문이다.

야구팬들의 공분 기폭제가 된 오지환, 박해민의 무리한 대표팀 발탁은 정 총재가 직접 언급한 ‘페어플레이’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부분이었다. 여기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 중 하나인 ‘군 복무’와 맞물리면서 특혜, 불공정과 같은 단어들이 입에 오르내렸다.

싸늘해진 팬심은 아시안게임 이후 관중 감소로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 수치는 약 20% 감소했지만, 현장에서의 느낌은 더 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운찬 총재는 2014년 아시안게임 때와 비교하며 별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리그 중단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다시 관중석이 꽉 들어찰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두산 오재원은 팬서비스가 좋은 대표적 선수다. ⓒ 연합뉴스

두루뭉술했던 이번 기자회견에서 야구팬들이 가장 크게 실망하는 부분은 성난 민심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팬 서비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KBO리그의 팬 서비스 의식 결여는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최근 은퇴한 한 레전드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희소성’을 언급했는가 하면, 어린이 팬들의 사인 요청을 무시하고 자리를 뜨는 선수들의 장면이 공중파 뉴스에서 보도돼 질타를 받기도 했다.

팬들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불만과 실망이 쌓였고, 터질 게 터져 야구장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는 팬들의 사인 공세를 다 받아주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처럼 아예 경기 전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결국 선수는 물론 구단, 그리고 더 나아가 KBO까지 프로 스포츠의 최대 자산인 팬 관리에 소홀히 한 셈이다.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이 90년대 인기 최고조를 달리던 선수들에게 "생산성 없는 공놀이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이들은 오로지 팬들이다. 항상 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는 국제대회는 물론 국내 리그에서 감동의 스토리를 전할 때 국민적 응원을 받았고, 이는 곧 관중 폭발로 이어졌다. 문제의 시발점이 어디인지 아직까지 감을 잡지 못하는 KBO 총재의 근시안적 대처에 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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