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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향기 "20대 첫 출발…차근차근, 떳떳하게"


입력 2018.11.16 09:37 수정 2018.11.18 08:13        부수정 기자

영화 '영주'서 주인공 영주 역

"인물·상황에 집중하며 연기"

배우 김향기는 영화 '영주'에서 주인공 영주 역을 맡았다.ⓒCGV아트하우스

영화 '영주'서 주인공 영주 역
"인물·상황에 집중하며 연기"


여동생 같은 귀여운 연기부터, 눈물을 쏙 빼는 감정 연기까지. 김향기의 얼굴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이번에는 자신의 부모를 죽이게 한 사람을 곁에 두게 된 소녀를 맡았다.

영화 '영주'(감독 차성덕)는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과 힘겹게 살아가던 소녀가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사람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주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아울러 상처를 직시하고 묵묵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 소녀를 보여주며 희망을 얘기하기도 한다.

김향기는 주인공 영주 역을 맡아 부모를 죽인 가해자 밑에서 일하는 인물의 심정, 또 그 가해자에게 마음을 품는 복잡한 심리를 매끄럽게 연기했다.

1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향기는 "'신과함께' 촬영할 때 시나리오를 읽었다"며 "글만 읽어도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느껴졌고, 여운이 남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힘든 캐릭터에 어떻게 공감했을까 가장 궁금했다. "나와 다른 인물이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제가 영주한테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극 속 상황에 집중하다 보면 영주를 서서히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우선 감독님과
얘기를 하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걱정했던 장면은 영주가 모든 걸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배우는 "영주가 용기를 내서 얘기하는 장면"이라며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을 내려놓고 대사를 뱉었다"고 강조했다.

영주가 감정을 터뜨리는 마지막 장면은 최대한 집중해서 찍었다. 앞만 보고 촬영했단다.

영화 '영주'에서 주인공 영주 역을 맡은 김향기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고 했다.ⓒCGV아트하우스

김향기가 생각한 영주의 앞날은 어떨까. "쉽지 않겠죠. 이 사건을 통해 스스로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을 거예요. 영주도 단단해졌을 거고요. 동생과도 잘살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꼭 그랬으면 합니다(웃음)."

영화 속 주영주는 그간 김향기가 보여준 귀여운 모습과는 다르다. 배우는 "결이 다른 연기를 하게 돼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감정도 느꼈고, 배우로서도 무언가 쌓인 느낌"이라고 했다. "한 달 동안 찍었는데, 이 짧은 시간에 영주의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제자 작품에 집중하면 촬영 기간은 상관없는 것 같아요. 체력 관리가 중요해요."

'영주'는 인물 각자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배우는 "과하지 않게, 처한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연기하도록 노력했다"며 "각자의 입장에서 아픔을 느끼고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영주' 글자 그대로 어른 아이인 것처럼 김향기도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서 있다. "영주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이에요. 부모님을 잃고 가장으로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한 아이이지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아이이기도 하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볼 수 없었던 사람인데, 이 사건을 통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볼 수 있었죠."

2000년생인 김향기는 지난 2003년, 네 살 때 광고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해 2006년 영화 '마음이'로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웨딩드레스'(2009), '여왕의 교실'(2013), '우아한 거짓말'(2013), '눈길'(2015)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김향기는 쌍천만을 기록한 영화 '신과함께'에서 막내 저승차사 이덕춘 역으로 열연했다.

데뷔 16년차인 그는 "글도 잘 못 읽을 때 데뷔했다"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났다"고 웃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두 작품을 연이어 끝낸 김향기는 연기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영주'에서 주인공 영주 역을 맡은 김향기는 "대학생이 되면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CGV아트하우스

시나리오 선택을 할 때는 엄마, 소속사와 상의한다. 무엇보다 배우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향기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수시 합격해 내년 신입생이 됐다. 스무 살이 되고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고 했다.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학교생활에 많이 참여했어요. 드라마보다 영화를 자주 해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친구들도 저를 인간 김향기로 봤고요. 선생님들도 잘 대해주셔서 학교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아역 출신 배우들은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갈 때 성장통을 겪기도 한다. 대중에 보여준 아역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김향기 역시 고민하는 부분이다.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대중이란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확 바뀌려고 하는 것보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천천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로맨스 작품에 대해선 "연기 변화를 보여드리려 일부러 하고 싶진 않다"며 "다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작품을 묻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메시지,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 작품을 얘기했다.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그는 수많은 '어른'을 만났다. 배우고 싶은 점도 늘어났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셨어요. 근데 촬영에 들어가면 그 인물이 돼서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이끄는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가 안 됐으면 어떤 일을 했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만약 배우 활동을 안 했으면 학교에서 공부하며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난이 닥쳐도 이겨낼 힘이 주거든요."

영화 '영주'에서 주인공 영주 역을 맡은 김향기는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CGV아트하우스

김향기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 '신과함께'다. 너무 소중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린 매트에서 처음으로 촬영도 해봤고, 삼촌들과 연기하는 것도 참 재밌었죠. 갑자기 큰 사랑을 받다 보니깐 그동안 저를 위해 함께

노력해주신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으로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신과함께'로 2천만 관객을 모은 그는 "수치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며 "수치보다는 여운을 남기고 의미가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내년에 20대로서 새 출발을 한다. "대학교는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엄청난 자극이 될 듯해요. 학교 생활을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예요. 새론이랑도 '열심히, 떳떳하게 잘해보자'고 얘기했어요. 다채로운 장르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차기작은 '증인'이다.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정우성)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김향기)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정우성과 호흡하는 그는 "따뜻한 이야기라 출연하게 됐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하게 돼 기대된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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