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 장관과 국회 소관위원장으로 맞대결?
유기준·조국, 민주화운동·유학 경력은 공통점
주무부처 장관과 국회 소관위원장으로 맞대결?
유기준·조국, 민주화운동·유학 경력은 공통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으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정됐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서 물러난 조국 전 수석은 법무장관 지명이 유력시된다.
사법개혁 주무부처의 장관과 국회에서 이를 소관하는 특위위원장 간의 '창과 방패'의 논리 대결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과 조 전 수석이 서울법대 선후배로 경력이나 삶의 궤적이 비슷한 듯 상반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78학번으로 입학한 유 의원과 82학번으로 입학한 조 전 수석은 재학 중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신 말기에 서울법대에 입학한 유 의원은 공개적으로 유신 체제 반대 투쟁을 벌이다 구류에 처해져 25일간 유치장 생활을 했다. 서울대로부터는 1학기 정학 징계를 받았다.
신군부가 집권한 뒤에 서울법대에 입학한 조 전 수석은 이론적 학생운동에 주력했기 때문에 재학 시절엔 이렇다할 불이익을 겪지 않았다. 훗날 울산대 교수로 재직 중일 때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이 드러나면서 구속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유 의원과 조 전 수석의 군 경력에서도 차이가 생겼다.
유 의원은 1982년 실시된 제24회 사법시험에서 1~2차 모두 합격했으나, 반(反)유신 전력이 문제돼 3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듬해 제25회 사법시험 3차에 재응시해 합격했으나,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때 신군부에 의해 군법무관 임용이 거부됐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서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를 했다.
조 전 수석은 대학원에 진학해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석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사관후보생 교육을 한 뒤 소위로 임관함과 동시에 전역하는 제도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이 제도를 통해 군복무를 마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기준…법무관 임용거부로 병장제대, 변호사
조국 "육법당 안되기로 결심"…석사장교, 학자
두 사람의 법조 경력 차이도 민주화 운동, 군 문제와 관련이 있다.
유 의원은 군법무관 임용이 거부되는 바람에 판·검사로 임관하더라도 연수원 동기에 비해 경력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은 처음부터 변호사로 나설 뜻을 굳히고 고향 부산에서 개업했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천정배 의원 등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도 판·검사로 나아가지 않고 처음부터 변호사로 개업한 사례다.
조 전 수석은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의 길을 걷지 않게 된 계기를 민주적이지 않은 당시의 대학 분위기에서 찾았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012년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업 도중 사복경찰이 들어오고, 학생회실 옆에 경찰 방이 있기도 했다"며 "대학 생활 때 '육법당'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과 조 전 수석은 개인적 고초를 겪은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는 점은 공통된다.
유 의원은 반(反)유신 전력이 문제가 돼 군법무관 임용을 거부당하자, 판·검사 임관을 단념하고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다 뉴욕대 로스쿨 입학허가를 받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 때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Bar-Exam)에 합격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하게 됐다.
조 전 수석은 1985년 종합대로 승격한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사노맹 사건이 드러나 구속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자, UC버클리로 유학을 떠나 형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처럼 공통점이 있는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상반된 두 사람의 경력에 비춰볼 때, 저서에서도 독특한 점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인데도 출판기념회를 위한 자서전 등을 쓰지 않았다. 대표 저서는 법학서적 전문출판사인 박영사에서 펴낸 '해상판례연구'다. 유 의원의 변호사로서의 전문 분야는 해상법(海商法)인데, 법리가 매우 복잡해 국내에 전문가가 극히 드문 분야로 손꼽힌다.
조 전 수석의 대표 저서로는 단연 '진보집권플랜'이 거론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신분이었던 조 전 수석이 진보 성향 언론인과 함께 펴낸 대담집으로, 이명박정부에 권력을 '빼앗긴' 이유와 이 권력을 되찾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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