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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vs 조국…사법개혁 적임자는?


입력 2019.07.30 03:00 수정 2019.07.30 11:54        정도원 기자

주무부처 장관과 국회 소관위원장으로 맞대결?

유기준·조국, 민주화운동·유학 경력은 공통점

주무부처 장관과 국회 소관위원장으로 맞대결?
유기준·조국, 민주화운동·유학 경력은 공통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으로 내정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왼쪽)과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으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정됐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서 물러난 조국 전 수석은 법무장관 지명이 유력시된다.

사법개혁 주무부처의 장관과 국회에서 이를 소관하는 특위위원장 간의 '창과 방패'의 논리 대결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과 조 전 수석이 서울법대 선후배로 경력이나 삶의 궤적이 비슷한 듯 상반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78학번으로 입학한 유 의원과 82학번으로 입학한 조 전 수석은 재학 중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신 말기에 서울법대에 입학한 유 의원은 공개적으로 유신 체제 반대 투쟁을 벌이다 구류에 처해져 25일간 유치장 생활을 했다. 서울대로부터는 1학기 정학 징계를 받았다.

신군부가 집권한 뒤에 서울법대에 입학한 조 전 수석은 이론적 학생운동에 주력했기 때문에 재학 시절엔 이렇다할 불이익을 겪지 않았다. 훗날 울산대 교수로 재직 중일 때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이 드러나면서 구속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유 의원과 조 전 수석의 군 경력에서도 차이가 생겼다.

유 의원은 1982년 실시된 제24회 사법시험에서 1~2차 모두 합격했으나, 반(反)유신 전력이 문제돼 3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듬해 제25회 사법시험 3차에 재응시해 합격했으나,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때 신군부에 의해 군법무관 임용이 거부됐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서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를 했다.

조 전 수석은 대학원에 진학해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석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사관후보생 교육을 한 뒤 소위로 임관함과 동시에 전역하는 제도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이 제도를 통해 군복무를 마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기준…법무관 임용거부로 병장제대, 변호사
조국 "육법당 안되기로 결심"…석사장교, 학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으로 내정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왼쪽)과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 ⓒ데일리안

두 사람의 법조 경력 차이도 민주화 운동, 군 문제와 관련이 있다.

유 의원은 군법무관 임용이 거부되는 바람에 판·검사로 임관하더라도 연수원 동기에 비해 경력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은 처음부터 변호사로 나설 뜻을 굳히고 고향 부산에서 개업했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천정배 의원 등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도 판·검사로 나아가지 않고 처음부터 변호사로 개업한 사례다.

조 전 수석은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의 길을 걷지 않게 된 계기를 민주적이지 않은 당시의 대학 분위기에서 찾았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012년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업 도중 사복경찰이 들어오고, 학생회실 옆에 경찰 방이 있기도 했다"며 "대학 생활 때 '육법당'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과 조 전 수석은 개인적 고초를 겪은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는 점은 공통된다.

유 의원은 반(反)유신 전력이 문제가 돼 군법무관 임용을 거부당하자, 판·검사 임관을 단념하고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다 뉴욕대 로스쿨 입학허가를 받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 때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Bar-Exam)에 합격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하게 됐다.

조 전 수석은 1985년 종합대로 승격한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사노맹 사건이 드러나 구속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자, UC버클리로 유학을 떠나 형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처럼 공통점이 있는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상반된 두 사람의 경력에 비춰볼 때, 저서에서도 독특한 점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인데도 출판기념회를 위한 자서전 등을 쓰지 않았다. 대표 저서는 법학서적 전문출판사인 박영사에서 펴낸 '해상판례연구'다. 유 의원의 변호사로서의 전문 분야는 해상법(海商法)인데, 법리가 매우 복잡해 국내에 전문가가 극히 드문 분야로 손꼽힌다.

조 전 수석의 대표 저서로는 단연 '진보집권플랜'이 거론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신분이었던 조 전 수석이 진보 성향 언론인과 함께 펴낸 대담집으로, 이명박정부에 권력을 '빼앗긴' 이유와 이 권력을 되찾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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