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C유 가격, 두달새 반토막…두바이유보다 26달러 낮아
SK에너지, 1조 투자 탈황설비 VRDS 내년 3~4월 준공
“저유황유 가격 낮아지면 스크러버 설치 증가할 수도…낙관 못해”
벙커C유 가격, 두달새 반토막…두바이유보다 26달러 낮아
SK에너지, 1조 투자 탈황설비 VRDS 내년 3~4월 준공
“저유황유 가격 낮아지면 스크러버 설치 증가할 수도…낙관 못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황함량 규제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고유황유인 벙커C유 가격이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탈황설비는 물론 고도화율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이 내년부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전날 벙커C유(황 함량 3.5% 380cst 제품 기준) 가격은 배럴당 36.88달러로, 배럴 당 62.84달러를 기록한 두바이유(원유)보다 무려 25.96달러 낮았다. 경유와 가격차도 배럴당 40달러 가까이 벌어졌다. 벙커C유 가격은 지난 9월 17일 최고점(배럴당 79.81달러)을 찍은 이후 두달새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는 내년 초 시행되는 IMO 2020을 앞두고 선박 연료 시장에서 고유황 벙커C유의 판매가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나는 대신 벙커C유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불황의 늪에 빠진 정유업계는 IMO 2020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일반 정제설비 가동시 나오는 벙커C유와 같은 잔사유를 휘발유‧등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정유사의 고도화율은 매우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화율은 고도화설비의 처리 규모를 원유정제 처리 규모로 나눈 비율이다. 올해 초 기준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율이 40.6%로 국내 최고 수준이며, GS칼텍스(34.3%), 에쓰오일(33.8%), SK이노베이션(29%) 등도 높은 고도화율을 보인다.
또 국내 정유사는 벙커C유 비중이 없거나 극히 제한적이고 등유‧경유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국내 정유사들은 저유황유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벌여왔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약 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설비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내년 3~4월 VRDS 상업가동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고도화 할 수 있는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을 지난해 11월 가동,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대규모 탈황설비와 고도화 설비로 고품질의 저유황유 생산을 크게 늘렸다.
다만 IMO 2020 효과가 기대보다 ‘극적’이지 않으며, 2년 내외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유황유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선사들이 고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스크러버(배출가스 정화시스템) 설치로 시선을 돌릴 수 있어서다. 또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수요부진도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IMO 2020 시행 전인데도 벙커C유가 급락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벙커C유 가격이 더 떨어지는 반면 저유황유 가격은 올라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벙커C유 급락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악화됐으나 국내 정유사는 고유황유 생산비중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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