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호 FA 4년 기간 LG서 실망스러운 모습
김태형 감독,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 자원 영입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베테랑 포수 정상호를 영입했다.
정상호는 지난해 11월 LG에서 방출되어 자유계약 신분을 얻었고, 하필이면 LG와 잠실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두산행을 택해 화제가 됐다.
2001년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정상호는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대형 포수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규정 타석을 채운 시즌이 없었다. 잦은 부상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SK에서는 박경완과 이재원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2016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취득한 정상호는 4년 총액 32억에 LG로 이적했다. LG는 정상호를 주전 포수로 상정하고 영입했으나 실제 안방마님은 유강남이었다.
2019년 정상호는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083에 홈런 없이 2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208을 기록했다. 특히 LG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4년간 합계 87안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1.23을 기록, ‘먹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FA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방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상호는 지난해 5월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다시는 1군에 복귀하지 못했다. 백업 포수의 역할을 베테랑 이성우가 꿰찼기 때문이다.
이성우는 2018시즌 종료 뒤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선수다. 그는 2019시즌을 앞두고 LG에 영입된 뒤 정상호가 1군에서 말소된 직후인 5월 28일 1군에 처음 올라왔다. 이후 정규 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1군 엔트리를 사수했다.
2019시즌 이성우는 55경기에서 타율 0.156에 홈런 없이 6타점 OPS 0.442를 기록했다. 두드러진 개인 성적은 아니었으나 상황에 맞는 타격으로 팀에 보탬이 됐다. 포수로서 투수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리드도 호평을 받았다. 냉정히 평가하면 ‘굴러온 돌’ 이성우가 ‘박힌 돌’ 정상호를 밀어낸 셈이다.
방출 직후 새로운 팀을 찾게 된 정상호에게 두산이 원하는 바가 바로 2019년 LG에서의 이성우 역할이다. 지난해 두산의 주전 포수 박세혁은 1071.2이닝 동안 수비에 나서 10개 구단 포수 중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베테랑 정상호에 대한 기대치는 박세혁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는 백업 포수로 압축된다.
일각에서는 박세혁 외에 이흥련과 장승현까지 포수를 보유한 두산이 정상호를 영입한데 대해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의 요청 하에 이루어진 정상호 영입에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방출의 아픔을 경험한 정상호가 자신을 밀어낸 이성우와 같은 역할을 두산에서 수행하며 안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