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영국 등 12개국, 한국으로부터 입국 금지 혹은 절차 강화
우리는 중국에 문 열어 놓고 있는데…전세계 133개국 중국인 제한
정부여당, 청와대 청원 76만명 동의에도 금지 조치 없다 입장 유지
통합당 "오히려 우리 국민이 입국 금지…'기생충' 취급 받고 있는 것"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질수록 발원지인 중국으로부터 입국 금지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정부와 여당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되레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코로나19와 관련된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나라가 12개국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이스라엘·바레인·키리바시·사모아·미국령 사모아 등 5개국이며, 절차를 강화한 나라는 영국·카자스흐탄·브루나이·투르크메니스탄·오만·에티오피아·우간다 등 7개국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전날 저녁 수도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한공 KE957편에 탑승한 한국인 130여 명을 돌려보내 우리 외교부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도 우리나라에 대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미국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현지시간 22일 코로나19를 이유로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travel advisory)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외국이 한국에 대해 강한 조치를 취하는 만큼 우리도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전 세계 133개국 이상이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국에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에 대해 과도한 '중국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76만여 명의 동의를 받고 마감됐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도 하루 빨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다만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도 입국 금지 조치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으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생각이 없다. 국제적인 기준을 고려해서 방역 당국이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권은 이 같은 정부여당의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같은 당 박대출 의원 및 이동욱 경기도의사협회장과 함께 청와대 앞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계 133개국이 하는 걸 우리와 일본만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확진자가 세계 2위, 3위지 않느냐"라며 "오히려 우리 국민이 입국 금지를 당하고 있다. '기생충'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장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