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십건 글 쏟아져…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제안도
'대구 의료봉사 해달라' 제안글 다음날, 안철수 대구행
쓴소리도…지역구 무공천 땐 "싸워보지 않고 무릎 꿇어"
최근 개설된 국민의당 홈페이지에는 '정책제안 및 인재추천' 게시판이 별도로 존재한다. 여기에는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건의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향한 조언과 쓴소리가 담겨있다.
국민의당은 창당 때부터 공유정당을 표방하며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해왔다. 안 대표는 다양한 직종별 그룹이 당의 정책을 추진하는 '커리어크라시'(career+cracy) 정당, 이슈별로 다수의 국민이 참여해 정책방향을 제안하는 '이슈크라시'(issue+cracy) 정당을 통해 공유정당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대표님, 헤어스타일을 바꿔주세요!"
"문재인 방지법이 시급합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중에는 소소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생각해볼 만한 제안들이 꽤 있다. 예컨대 한 작성자는 안 대표의 헤어스타일을 바꾸라는 조언을 했다. 이 작성자는 "대구 의료봉사에서 간만에 흘러내리는 머리 모양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며 "지금의 2대8 가르마는 기득권 중년 남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안 대표의 신선함과는 전혀 안 어울린다. 예전 청춘 콘서트 할 때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스타일이 훨씬 낫다"고 했다.
또다른 작성자는 '문재인 방지법'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작성자는 "여론조작을 못 하도록 각종 포털사이트의 댓글과 좋아요에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드루킹의 댓글 조작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안철수다. 명예훼손 가짜뉴스 등에 대한 포털사이트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 법 조항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작성자는 국민의당 로고 변경을 제안했다. 이 작성자는 "당 로고가 방사능 위험 표시 같기도 하고 조잡하다"며 "물론 여러 좋은 의미로 만든 것이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미쓰비시 로고와 비슷해 보인다" 같은 동조 댓글도 달렸다. 국민의당 로고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안 대표를 지지했다는 한 고등학생이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얻고 차별 없이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며 행복을 상징하는 세잎 클로버를 본떠 만든 것이다.
안 대표가 마치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들을 보고 행동한 것처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한 작성자는 지난달 29일 "대구로 가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해달라. 일부는 쇼라고 비난하겠지만, 진정성을 보인다면 말 없는 국민은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 대표는 다음날인 1일 대구로 내려가 의료봉사를 했고, 많은 국민에게 호평을 받았다.
또다른 작성자는 "비례대표를 기업 공채처럼 공개 모집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며칠 뒤 국민의당은 "실용적 중도정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할 개혁 인사를 모신다"며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신청 공고를 냈다. 공모 기간은 오는 13일(공휴일 포함) 오후 6시까지다.
국민의당 사랑방일 것 같은 이 게시판에는 안 대표를 향한 '쓴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안 대표가 비례전문 정당을 선언하고 지역구 무공천 방침을 밝혔을 때는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작성자는 "싸워보지도 않고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작성자는 "본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국민의당 소속으로 지역구 출마를 하겠다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분들의 앞길을 막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작성자는 "선거에 가까워져 올수록 여론의 눈은 지역구 대결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안 대표를 당선권 밖으로 비례대표 후보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작성자는 "21대 국회라는 상징성에 따라 21번으로 공천하자"고 했고, 또다른 작성자는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20번으로 공천하자"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직자들이 홈페이지를 꼼꼼히 체크하며 확인하고 있다"며 "제안 내용 가운데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