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틀 후 청와대서 축하 만찬
文 대통령에 총선승리 공로 돌린 이낙연
당 안팎서는 전당대회 출마설 솔솔
다양한 시나리오 상존…모로 가도 대권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던 것으로 21일 뒤늦게 알려졌다. 총선기간 고생한 당 지도부의 노고를 위로하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함께 했고, 반주로 막걸리도 곁들인 편안한 자리였다고 한다.
정치권의 관심은 문 대통령과 이 위원장에게 집중됐다. 현재권력과 유력한 미래권력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 덕에 선거하기가 쉬웠다”고 공을 문 대통령에게 돌린 것으로 알려진다. 선거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자축하는 자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정치적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한 이 위원장이지만 그간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홍준표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 위원장을 “페이스메이커”라고 평가절하했던 이유다. 친문세력이 차기 대선주자를 만들어 내기 전까지 국민들의 관심을 민주당에 잡아놓는 용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위원장을 적극 지원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친문 핵심이 이 위원장에게 당대표 도전을 권유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당은 현 이해찬 대표의 공식임기가 끝나는 8월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 선출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당대회를 기회로 대표에 올라 맡아 당 장악력을 높인다면 차기 대선에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알려진 것과 달리 청와대 만찬에서 전당대회나 차기 당권에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까지는 다소 우세하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차기 대권에 도전할 사람은 대선 1년 전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당 내에서는 “설마 6개월짜리 대표를 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나가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침묵을 이어가며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기는 짧지만 압축적으로 국정과제 추진이 가능한 시기여서 나쁘지 않다. 특히 당 장악력과 언론 노출도를 높이는 효과가 커 대세론을 형성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중도낙마’ 위험도 동시에 증가한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출혈경쟁이 있을 수 있고, 당대표가 되더라도 야권의 집요한 견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를 건너뛰고 대권에 직행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구 등을 맡아 역할을 하면서 안정적인 접근을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부족한 당 장악력을 높이기 쉽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리더십이나 대선주자가 만들어질 변수가 상존한다.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다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분명한 것은 이 위원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