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잘못' 으로 궐위시 무공천 규정
문재인 당대표 시절 혁신 위해 신설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무늬만 혁신
"시간끌다 결국 공천할 것" 전망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 무공천 주장에 즉답을 피했다.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차기 지도부가 결정할 몫이라는 게 민주당의 공식입장이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당헌 96조②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연합 당대표 시절 당의 혁신을 위해 새로 도입한 규칙이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법적으로나 시대정신에 비춰봤을 때 ‘중대한 잘못’에 해당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공당의 공직자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했으며, 같은 날 당 윤리심판원은 오 전 시장에 대해 최고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다. 오 전 시장의 기자회견 후 나흘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아울러 남인순 의원을 단장으로한 비상임 기구 젠더폭력근절 대책TF를 출범시켰다. “철저한 젠더폭력 예방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당 시스템 점검을 통한 대안을 마련하고, 공직자, 당직자, 당원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체계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공천에 대한 판단 만큼은 유보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당헌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공천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 지도부가 말할 수 있다고 본다”며 “8월 이후 구성될 지도부에서 공천을 하기 때문에 입장을 낼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는 ‘꼬리 자르기’와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 전 시장을 제명한 것 외에 당 차원의 책임있는 조치가 나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과정에서 탈당한 인사들에 대해 ‘영구제명’하겠다는 방침과 비교하면, “차기 지도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대목은 일관성이 없다. 지금 상황을 일단 모면한 뒤, 결국 부산시장 공천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무공천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자치단체라면 모르겠지만 부산이라는 지역이 워낙 중요하고 제2의 도시인데 무공천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며 “‘중대한 이유’로 보느냐 해석의 문제인데 내년 4월이면 아직 멀었기 때문에 (민주당은)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