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해찬 3일 국회에서 만남…'32년 악연' 주목
32년 전 총선에서는 직접 맞대결도…당시 이해찬 승
2016 총선 공천 당시 김종인이 이해찬 컷오프해 논란
여야 대표급으로서 상생 협치 마중물 역할 가능성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다. 오랜 시간 질긴 인연 혹은 악연으로 얽힌 두 사람의 전격적인 만남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취임 인사를 겸해 이 대표를 찾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여야 간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원구성 및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당대표 혹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될 경우 의례적으로 각 당 대표들과 만나 상견례를 갖고 대화를 나누지만,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이 특별히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두 인사가 오랜 정치 활동을 하며 여러 번 부딪혀온 데 있다.
두 사람은 정치 입문 배경부터 확연히 달랐다.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로서 서강대학교 교수 등 학계에 머물며 엘리트 코스를 밟다 정치권에 들어온 김 위원장과 달리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학생 운동에 매진하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까지 치른 바 있는 운동권 출신이다.
전혀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은 32년 전인 1988년 13대 총선 서울 관악을 지역서 맞대결을 치렀다. 당시에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김 위원장과 ‘서민 생계 보장’ 등의 가치를 내세운 이 대표의 대결은 팽팽한 접전 끝에 이 대표의 4%포인트 승리로 끝이 났다.
이는 당시 야당이었던 평화민주당 소속의 정치 신인 이해찬 대표가 여당인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던 재선의 김 위원장을 꺾은 결과였기에 상당한 이변으로 평가받았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 6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김 위원장이 유일하게 낙선을 맛본 선거였다.
둘의 악연은 맞대결 후 28년이 지난 2016년 재차 이어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등으로 혼란을 겪던 민주당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들어왔고,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며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공천 과정에서 전권을 행사하다시피 했던 김 위원장은 당시에도 당내 실세로 평가받던 이 대표를 컷오프시켜 논란을 빚었다. 당시 민주당 공천을 둘러싸고 ‘공천 학살’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던 것도 이 같은 과감한 컷오프로부터 촉발됐다.
당시 김 위원장의 결정에 이 대표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컷오프 사유를 단순한 ‘정무적 사유’라고 밝혔던 김 위원장을 향해 이 대표는 “아무런 흠결이 없는데도 정무적 판단이라고 하면 그거 하나 가지고 중요한 공천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있는가,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하며, 합의된 방식에 따라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세종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 대표는 곧바로 민주당으로 복당했고, 김 위원장은 향후 당내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채 2017년 3월 탈당을 감행했다. 이 대표는 이듬해 8월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32년간의 질겼던 역사가 있었지만, 이번 회동을 통해 두 사람이 여야간 상생과 협치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1대 국회가 갓 개원한 상황이고, 김 위원장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사흘이 지난 시점에 대표급이 만나 정쟁을 확전시키는 그림은 서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선 김 위원장이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은 각 당 대표를 예방하는 차원의 일환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이미 3차 추경 등과 관련해 합리적인 재원조달방법을 제시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한 상황에 굳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려 하지는 않을 거라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