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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리서치 흔들③] 증권사의 꽃은 옛말…전문성 추락 악순환


입력 2020.07.30 05:00 수정 2020.07.29 21:48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인원 10년 새 575명 급감…이직률도 11.9%로 높아

감봉에 영업 겸직까지 자존감 뚝…컴플라이언스 강화로 소신 분석 의욕 꺾여

한때 증권사의 꽃으로 불렸던 리서치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증권사가 IB중심의 개편을 가속화하면서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방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장 전망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의 선행지표로 삼고 있는 리서치센터 보고서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업 모니터링 기능이 급속도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리서치센터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본연의 시장 분석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올해 국내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 수가 1050명으로 10년 새 575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리포트 변경·삭제와 선행매매 등 범죄에 연루되면서 신뢰도와 전문성에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픽사베이

증권사의 꽃이던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 수익구조가 다변화되면서 애널리스트의 설자리가 줄어 이탈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리포트 변경·삭제와 선행매매 등 범죄에 연루되면서 신뢰도와 전문성에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7월 말 국내 57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1050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의 1575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575명이 줄었다. 최근 5년 상황만 봐도 ▲2016년 1116명 ▲2017년 1096명 ▲2018년 1013명 ▲2019년 1083명 등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실제 리서치센터 근무 애널리스트는 74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의 101명보다 27명 감소한 규모다. 또 ▲삼성증권 93명→69명 ▲KB증권 73명→61명 ▲미래에셋대우 85명→60명 ▲한국투자증권 72명→50명 등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인원도 2012년 대비 축소됐다.


고액연봉도 과거 이야기가 됐다. 금융투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신입 애널리스트의 초봉은 3000만~5000만원대로 알려졌다. 과거 6000만원 가량의 초봉과 이후 베스트 애널리스트 폴(poll) 5위 안에 들면 7000만~8000만원으로 연봉이 오르던 2015년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


ⓒ데일리안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리서치어시스턴트(RA)의 처우는 더 심하다.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RA들은 통상 7시에 출근해 그래프·표 작성, 미팅·세미나 자료 준비 등을 비롯한 업무를 5시까지 담당한다. 이어 일주일에 2~3번 정도 리포트를 쓰는데 이럴 땐 야근이 포함된다. 월요일에 리포트를 낼 경우에는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한다. 이 같은 업무 시간을 합치면 RA들의 시급이 편의점 알바보다 적다는 이야기까지 증권가에서 나올 정도다.


이에 애널리스트의 이직률은 꽤 높은 편이다.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8.1%(87명)에 그쳤던 애널리스트 이직률은 지난해 11.9%(123명)으로 2년 새 3.8%포인트 상승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국 평균 이직률인 7%보다 4%포인트 가량 높다. 애널리스트들은 주로 증권사 내 IB부서나 벤처캐피탈(VC)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애널리스트 인원이 감소하는 이유는 증권사가 추구하는 수익구조 다변화 때문이다. 과거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중심이던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은 2010년 이후 IB, 자기투자(PI), 트레이딩(S&T) 쪽으로 옮겨갔다. 이에 브로커리지 중심이던 애널리스트의 업무가 축소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애널리스트들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을 대상으로 법인영업을 보조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데 이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길 원하는 만큼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내용으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입 공채에서도 리서치센터를 선호하는 직원을 찾아보기 힘든 만큼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2010년부터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리포트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올해에만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세 증권사가 작성했던 리포트를 변경하거나 삭제하는 사례가 있었다. 세 증권사 모두 리포트 대상 기업에게 이의제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애널리스트들의 자유로운 시장 전망을 위한 움직임도 막혀있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유출 사건 이후 마련된 법규준수·준법감시·내부통제 동의를 의미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때문이다. 현행 컴플라이언스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에 소속 애널리스트는 발간된 리포트 이외의 정보를 내놓을 수 없게 돼있다.


아울러 애널리스트들의 '모럴해저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약 14년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A씨에 대해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2015~2019년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 보고서를 공표하기 전 공범들에게 차명으로 주식을 사게한 뒤 되파는 이른바 '선행매매'를 통해 약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모·기관자금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해야 하는 리서치센터의 업무 영역 상 추세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들어 업무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벤처캐피탈이나 IB등 폴과 관련 없이 딜에 따라 성과급을 제공하는 이직 역시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많이 있었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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