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공격적인 행보...보편적·선별적 복지엔 묵묵부답
4차 추경 반대 이어 2차재난지원금도 보이콧 움직임
여당 '관료패싱'에 정면돌파 초강수 둘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달 초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이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정치권 공방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모양새다.
50일 넘게 지속된 장마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자 정치권에서 다시 2차 재난지원금 방식을 놓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는 4차 추경때와 마찬가지로 2차 재난지원금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발언이 없던 그가 27일 침묵을 깼다. 그동안 반대를 고수했던 4차 추경과 달리 코로나19 확산세를 전제로 2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4차 추경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는 27일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 (4차 추경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은 경기 회복에 가장 부담이 되는 요인"이라며 여전히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부정적 시각이 크다는 해석이다. 오히려 이날 브리핑에서 그의 전반적인 발언은 정치권 요구대로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다기보다는 기존 입장을 관철한 것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홍 부총리는 "3차 추경은 연말까지 집행하는 걸 전제로 편성됐기 때문에 아직 집행해야 할 예산이 8~9조원 정도 더 남아있다. 코로나 위기를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예산 사업과 재원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재확산 추세로 4차 추경 논의가 제기되는데 대해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한 셈이다.
집중호우 피해복구 추경에 대해서는 "누차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확보된(3차 추경) 예비비 등 재원을 고려하면 예산 충당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며 "적어도 집중호우 피해복구를 위한 예산 소요는 없다"고 못박았다.
홍 부총리는 또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고 소신을 명확히 내비쳤다. 결국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종 문건에는 ‘부대 의견’ 형태로 홍 부총리 반대 주장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방관자'로 일관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 당시 여당에서 홍 부총리가 주장한 '소득 하위 70%까지 차등 지급'이 묵살됐기 때문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정성에 대한 명분을 세웠지만 여당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른바 '관료패싱'으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도 입었다. 홍 부총리가 4차 추경 반대에 이어 2차 재난지원금도 방관자로 나선 것은 지난 1차 재난지원금과 같은 관료패싱을 겪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대 여파는 '코로나 리스크' 연속성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이번 2차 재난지원금도 정치권 입맛대로 방향을 정한다면 향후 제3, 제4 코로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때 정부가 계속 정치권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견해가 높다. 정부로서는 코로나 장기화를 염두한 재정건전성 운용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5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코로나19 대응 3차 추경은 23조원가량 적자국채를 찍어 재원을 조달했다. 12조원 국민 재난지원금도 3조4000억원의 빛을 냈다. 그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은 무너져내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3.5%)도 올해 처음 40%를 넘어섰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궁극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이 보편적 복지든 선별적 복지든 어떠한 형태로 지급이 됐다 하더라도 지원금 지급 이후 또 한번 코로나 웨이브가 몰아닥칠 경우 국가 재정 건정성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돼 불가피하게 재난지원금 지급에 정부가 나서야하는 상황에 놓였을 경우 홍 부총리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중 어느 방안을 택할지도 시선이 쏠린다. 다만 1차 지급 당시 그가 취한 입장에 비춰보면 홍 부총리는 부분 지급에 손을 들어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정치권은 경제정책 콘트롤타워인 홍 부총리 입장과 별개로 군불을 때고 있는 양상이다. 여당 내에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지원금 규모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다만 2차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해야 한다는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코로나 확진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하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 후보도 '추석 이전에 지급해야 한다'며 입장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