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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재난지원금'이라 말 못하는 문대통령


입력 2020.09.10 12:07 수정 2020.09.10 12:2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재정 우려한다는 文, 사실상 전국민 지원으로 언행불일치

野 "맥락도 없고 끼어 들어간 계획 황당…여론무마용"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할 정부로서 실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취약 계층 지원의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재정 상의 이유로 선별 지원을 추진하던 정부여당이 사실상 전 국민에 통신비 지원 등을 진행하면서, 4차 추경의 취지는 정치 논리에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 반등의 시간이 늦춰지고 내수와 소비 등 각종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매출 급감과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고용 유지 부담은 커지고 고용 취약 계층의 일자리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7조 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키로 했다고 밝히며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계층에 집중하여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는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의 추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조 2000억원은 291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대 200만원 현금 지원에, 1조 4000억원은 119만개 일자리 유지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대면 교육과 비대면 사회 활동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겠다"며 특별 돌봄 지원 대상을 초등학생까지로 대폭 늘려 532만 명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특히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 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힘겨운 국민과 큰 피해를 입어 살 길이 막막한 많은 분에게 이번 추경의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국채를 발행하여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이 4차 추경 편성 배경을 밝혔지만, 정치권 안팎의 비판은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여당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전 국민을 지원하는 보편적 지원에는 선을 긋고, 좀 더 어려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을 강조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일각, 여론의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90%에 해당하는 13세 이상에 통신비를 지원하고, 아동 돌봄 지원 대상을 올 상반기(7세 미만 아동)보다 대폭 확대하면서, 결국 지원 받는 대상을 합했을 때 사실상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지원'을 한다는 지적이다. "국채를 발행하여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과 실제 행동이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언제는 재정 상 선별 지급이 불가피하다더니 이제는 사실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생존의 문턱에 있는 분들부터 우선 지원한다는 대통령 언급 이후, 정부는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갖고 국민 고통에 접근하고 있느냐"며 "효과가 불분명한 전 국민 2만원 통신비를 위해 7조 나랏빚을 지겠다는 것인지, 한계 상황의 국민을 대하는 인식과 접근에 깊은 고민을 요청한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맥락도 없이 끼어 들어간 계획이며 황당하다"며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고 힐난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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