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크레딧⑥] 캡틴플래닛 "우리 음악의 키워드는 '진정성'"


입력 2020.09.11 11:34 수정 2020.09.11 13:2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병호, 최수지ⓒ캡틴플래닛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캡틴플래닛은 이병호, 최수지로 이뤄진 작곡팀이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이름처럼, 이들은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각자 기타, 피아노 세션 및 편곡 등을 하며 음악적인 공감대를 쌓았고 2016년 캡틴플래닛이란 팀을 결성했다. 이병호는 이제는 서로가 없으면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하다며 신뢰와 팀워크를 자랑했다.


음악은 만들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음악적 가치관, 편곡 방향, 저작권료 정산, 곡의 지분 등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곡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으로 많은 작곡가들이 팀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와해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이병호는 오랜 기간 음악을 해오며 이같은 과정을 인지해 최대한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최수지에게 팀을 제안했다.


"지그재그란 작곡팀을 오래하다 따로 만들게 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수지와는 윤상 형의 세션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음악색깔이 잘 맞을 것 같았어요. 대신 처음 1년은 저작권 지분조정 이해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고 1년이 지난 후부터는 무조건 N분의 1로 나누는 걸 미리 이야기 했어요. 수지도 동의 했고 지금까지 이견없이 잘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이병호)


이병호, 최수지와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봐도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쾌하고 활달한 성향의 이병호와 차분하고 섬세한 최수지는 서로에게 없는 점을 높이 사며 보완하는 방식으로 팀을 꾸리고 있었다.


"병호 오빠는 빠른 결정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하나 결정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제가 나무를 본다면 오빠는 숲을 봐요. 그래서 저는 세세한 걸 챙기려 하죠. 오빠와 함께 하며 가장 좋은 점은 '이런 사람까지 알아?' 할 정도로 인맥이 넓어요.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친분이 있어요. 그래서 오빠가 사람과 사이의 다리 역할을 많이 해줘요. 저희 음악에서도 좋은 점으로 작용하고요."(최수지)


"저는 성격이 급해서 말해놓고 수습 못하는 일이 많아요. 어쩔 수 없이 워커홀릭으로 살아가는 스타일입니다.(웃음) 수지가 있어서 제가 진행하는 일들이 꼼꼼하게 정리가 되요. 오래 하다보니 이제는 같이 하지 않으면 과연 작업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더라구요."(이병호)


캡틴플래닛은 김태우 '따라가', 정동하 '너의 계절', 이석훈 '너였구나', 다비치 '사랑하지 말아요', 강민경 '사랑해서 그래' 빅스 켄 솔로곡 '10분이라도 더 보려고', 신용재 '또 하루가 지나간다' 등 많은 곡을 탄생시켰다. 캡틴플래닛은 곡을 만들어 가수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가수와 함께 소통하며 곡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자주 취하고 있었다.


"작곡가들이 생각보다 가수들과 별로 안친해요. 함께 작업한 이후에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세션으로도 활동하니 연습과 대화를 자주해 지속적으로 교류가 생겼어요. 그렇게 친해진 가수가 여러 명 있어요. 그 가수들이 곡을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작곡가로 자주 찾아줬어요. 그래서 저희 팀이 유독 가수와 협업이 많아요. 곡을 만들어서 파는 것보다 소통하면서 만들어나는 방식, 그게 저희 팀의 특색인 것 같아요."


캡틴플래닛의 음악적 키워드는 '진정성'이다.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시대를 막론하고 진심, 공감에 기반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가사를 크게 신경 안썼어요. 과거 가사를 트렌디하게만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조금 후회가 되더라고요. 한 시즌 소비되는 음악이 아닌 따뜻하고 오래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기 때문에 따뜻하고 진심이 담긴 가사를 쓰려고 해요. 물론 이 신념이 아무에게나 통하진 않아요. 강민경의 솔로 타이틀곡을 작업하기로 했을 때 강민경에게 왜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강민경에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토대로 설명해 '사랑해서 그래'가 나올 수 있었어요. 다행히 이 노래가 잘 통해서 본질적인 건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에 자신감을 얻었어요."(이병호)


캡틴플래닛은 매 순간 음악하길 잘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직업에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동경하는 뮤지션들과 만나 음악을 한다는 건 참 꿈만 같을 일이에요. 이문세 밴드하면서 음악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직도 신기해요. 또 제가 연예인 이상형으로 이석훈 씨를 좋아했는데 병호 오빠가 친해서 같이 음악하게 된 것도 정말 즐거웠어요. 매 순간 좋아요. 음악하길 잘한 것 같아요."(최수지)


이들은 지난 8월 컬러로 물들인 음악이라는 의미를 담은 '틴트'(Tint) 프로젝트의 첫 발걸음을 뗐다. 음악을 컬러로 정의하며 나아가 장르라는 음악적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목적이다. 첫 번째 주자는 서로이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담은 '요즘 넌'을 발표했다. 23일에는 소향이 부른 두 번째 곡이 공개 될 예정이다.


"요즘은 음악장르를 구분하는게 무의미 한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색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근본적으로 우리가 좋은 음악을 하자는 생각이 많이 들어갔어요. 이 프로젝트 안에는 장르, 가수 제한 없이 다채로운 음악이 들어갈 예정입니다."(최수지)


"곡이 발표되면 플레이라도 눌러서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는데 관심을 못받으면 사장되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더라고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박탈감도 느끼고 지치게 되고요.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2년 이상 신곡을 발표할 생각입니다."(이병호)


캡틴플래닛은 마지막으로 그 동안 음악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치관, 신념을 잃지 말기를 당부했다.


"절대 다른 누구와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세에 따르지 말고 신념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못마땅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릴 수 있겠지만 가치관을 믿고 가다보면 이런 것들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이병호)


"본인이 좋은 음악을 하셨으면 해요. 돈을 벌기 위해 곡을 쓰겠단 생각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작곡가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최수지)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