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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사의 표명 뒤엔 당청 '7전 7패 관료패싱' 있었다


입력 2020.11.03 17:31 수정 2020.11.03 17:49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현안 목소리 낼 때마다 상습 부총리 패싱

靑, 홍남기 지지한다며 결정적인 떈 침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대주주 기준을 놓고 빚어진 당정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는 명분일뿐 경제 현안을 논의할 때마다 정치권이 자신을 배제해온 이른바 '홍남기 패싱'에 대한 처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논란과 관련해 "최근 글로벌 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같이 높아진 상황도 있어 이를 고려해 현행처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결정했다"며 현행 유지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2개월 간 계속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 누군가 이렇게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서 제가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느냐, 10억원으로 현행 유지하느냐 논란이 많았다'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의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여당은 이날 홍 부총리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사직서 제출 발언이 무책임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기동민 의원은 "이유가 있겠지만 부총리가 지금 사직하겠다 말하니까 몹시 당혹스럽다"며 "굳이 상임위 예산 심의 자리에서 그런 거취 관련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나름의 고충은 있었겠지만 대단히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두 달 간 갑론을박이 있다가 현행유지되는 상황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는데, 기재부에서 의견이 시작됐으니 제가 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했는데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요건 10억원에 대해 많은 질문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현행대로 간다고 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말씀드리기에는 공직자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가 사표 낸 진짜 속내는?
자신 의견 묵살한 정치권에 불만 표출
현안 목소리 낼 때마다 상습 '관료패싱'
지지한다며 결정적일 땐 배제한 靑도 한몫


대주주 기준을 둘러싼 당정 갈등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홍 부총리의 발언은 명분일 뿐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부총리인 자신의 입장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내린 처사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홍 부총리와 정치권은 주구장창 엇박자를 내왔다. 원론적 입장에서 반대하는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도 홍 부총리가 주요 경제 현안을 제시할 때마다 부적절하다며 몰아세웠다. 이른바 정치권의 '홍남기 패싱'이다.


최근 재정준칙 논란이 그랬다. 여당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아군 장수를 몰아 세웠고 야당은 허술한 산식으로 만든 '맹탕 준칙'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유사한 양상이었다. 1차 재난지원금 당시 여당은 홍 부총리가 주장한 '소득 하위 70%까지 차등 지급'을 묵살했다. 이른바 '관료패싱'을 당하자 그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 땐 방관자로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경제현안이 다뤄질 때마다 정치권은 경제정책 콘트롤타워인 홍 부총리 입장과 별개로 군불을 때고 있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번 대주주 기준을 놓고도 홍 부총리는 지속적으로 정치권 요구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당정청은 지난 1일 고위 당정청 협의를 갖고 결국 대주주 요건을 현행대로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결론냈다.


여당이 10억원을 관철하는 이유는 향후 있을 주요 선거 '표심'에 대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크다.


현재 주식양도세는 종목당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인 대주주만 내도록 돼 있지만 기재부는 2017년 세제개편안에서 이 기준을 2021년부터 3억원으로 낮추도록 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3억원 이상 투자자도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 내용의 '금융세제 개편안'을 발표했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했다.


여당은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목소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7일 '3억 기준'을 고수한 홍 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동의를 넘기기도 했다.


홍 부총리의 처신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홍 부총리가 의견을 낼 때마다 멀리서 관망하거나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통령은 최근 홍 부총리의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고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내수와 고용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작 대주주 범위 확대 관련해 홍 부총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 사안에 대한 일말의 언급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이 자신의 사직서를 반려한 사실을 듣고도 사의 의사를 관철한 것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홍 부총리는 이날 한 의원이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했음에도 끝까지 물러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냐고 묻자 "후임자가 올 때까지는 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사의 의사를 바꾸지 않을 것을 나타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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