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의 <면역효과> 전략이 성공적…윤석열 총장 견제용
추 장관, 문 대통령의 ‘욕받이’, 청와대의 ‘해자(垓字)’ 역할 충실
추 장관과 최종 책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시정요구 멈춰서는 안돼
처음에는 흥미진진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저잣거리(언론과 국회)에서 옷 벗고(체면불구하고) 싸우는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처음 보는 장면에 편 갈린 응원전도 뜨거웠다. 정부여당과 소위 ‘문빠’들은 추미애 장관을 잔 다르크나 된 듯 추켜세웠다. 반면 야당과 많은 언론들은 추 장관을 비판하며 윤석열 총장을 응원했다. 국민들도 양진영으로 나뉘어 적극적으로 참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피로감이 몰려왔다. 전략도 없이 무작정 추 장관에게 돌진하던 야당은 추 장관이 끔쩍도 않자 이제 힘이 좀 빠진 모양새다. “행동대원 추 장관만 치고 몸통인 문재인 대통령에겐 제대로 된 비판도 못 한다”는 비난까지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을 함께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도 아무 입장이 없다. 회피하며 뚱하고 있는지,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 알 길은 없다.
문 대통령은 이미 계륵(鷄肋)이 돼버린 추미애를 왜 경질하지 않는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첫째, 추미애 장관의 <면역효과>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 교과서에서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응 중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면역효과’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듭된 공격을 견디는 ‘맷집’과 ‘강한 멘탈(mental)’이다. 대부분 관료들은 이것이 부족해 조기에 낙마한다. 공직에 있을 때 ‘영감’소리 들으며 추앙만 받다가 정치판에 들어오면 유·무형의 인신공격을 받게 된다. 개인도 개인이지만 가족들이 공격을 받을 때는 정말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성적으로 대응할 문제도 있지만, 도무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격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정치인으로 검증을 받는데, 많은 사람이 중도 포기하게 된다.
추 장관은 발군이다. 항상 화난 것 같은 표정과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보통사람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정신력’과 ‘맷집’을 가졌다. 도덕성 공격을 받으면 엉뚱하게도 ‘검찰개혁’같은 대의명분을 내세운다. 그리고 바로 윤석열 총장을 공격한다. 말이 되던 안 되던 상관없다. 여론의 판단은 이성이 아니라 진영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아직 ‘문빠’들은 건재하고 맹렬하다. 장수와 병사가 혼연일치다. 언론은 눈치를 보고 야당의원도 주눅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원래 그런지 몰랐냐’는 식의 태도다. 이게 진정한 ‘면역효과’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라도 출마하게 되면 선거전에서는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선거전은 난타전이다. 물불을 안 가린다. 채면을 중시하고 가족을 걱정하며 몸을 사리는 후보는 견뎌낼 수 없다. 후보의 ‘멘탈’은 붕괴되고, 모든 선거 캠페인은 주인을 잃고 꼬일 것이다. 선거조직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을 것이고, 언론은 후보의 자질과 캠프의 내분·무능을 지적할 것이다. 유권자는 후보와 캠프에 대한 회의를 느낄 것이고, 반대자는 투표장에 가고 지지자는 투표하기를 포기할 것이다. 그게 성공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의 공식이다.
지금 추 장관의 행태는 근거가 있는 네거티브 공격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상대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카운트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무공을 보여주고 있다. 맷집과 공격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시정에서 ‘독선’과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 가공할 멘탈로 시민의 안위를 공격할 것이다. 견제해야 할 시의회도 한통속으로 힘을 보탤 것이다. 중앙정부와 함께 시정부까지 독선과 무능을 보인다면, 서울특별시민은 상당기간 ‘특별한 인내’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둘째,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의 ‘욕받이’, 청와대의 ‘해자(垓字)’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멘탈로 ‘검찰개혁’에 기여한 추 장관이라 해도 내년 보궐선거 후보로 낙점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매우 중요한 선거고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몰락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시정은 국정 중 국방과 외교를 빼고 대부분의 기능을 수행한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 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야당이 서울시를 장악하는 것은 여권과 맞설 주력부대를 유지,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청와대에 야당 서울시장은 턱밑은 칼과 같은 존재다. 당연히 정권을 건 승부가 된다. 문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당헌의 규정까지 바꾸면서 민주당이 후보를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객관적인 상황은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요즘 ‘전세대란’ 등 거듭된 정부 정책 실패로 서울 민심이 흉흉하다. 여론조사에도 나타나고 있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이후 처음으로 야당지지율이 여당지지율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한 자기편을 챙길 여유가 없다. 당선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 시민들에게 ‘거부감이 적은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국민밉상’이 되어 버린 추 장관을 내세우면 ‘필패’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미지가 좋지 않고 보궐선거에서 활용가치가 떨어진 추 장관을 왜 끌어안고 갈까? 이유는 추 장관이 정권의 실책을 가려주는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장수’보다는 ‘희생양’전략이다. 추 장관은 수많은 비난을 감당하며, 다른 정부비판의 지면을 없애고 있다. 야당과 언론은 추 장관을 비판하느라 힘을 빠져 수많은 국정실패에 대한 비판에 동력을 잃고 있다. 추 장관은 문재인 정권 핵심에게는 ‘한숨’ 이상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셋째, 윤석열 총장 견제용이다.
윤 총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총리가 교체를 요청할 수도 없다. 윤 총장의 장모를 구속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이 대부분 개인적인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에 징계명분을 찾기도 힘들다. 무리하게 해임하면 정치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결과가 되어 정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을 교체하고 윤석열 총장을 건드리지 못하면 윤 총장이 승자가 된다. 그러니 추 장관을 ‘울며 겨자 먹기’로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실정에 대한 ‘내재적 접근’은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추 장관이 국정을 혼란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최악의 장관이란 사실이다. 신물이 나더라도 추 장관 비판을 쉬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거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최종 책임인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시정요구도 멈춰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인사(人事)’로 국민과 소통한다. 대통령에게 ‘인사가 만사’인 이유다. 인사에 실패하고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는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길 포기한 것으로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국민은 탄핵으로 정권을 바꾼 경험이 있다. 그런 불행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조속히 교정토록 거듭 요구해야 한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