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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진보 판사 조미연의 결정문 읽어는 봤는가?


입력 2020.12.04 08:30 수정 2020.12.04 11:22        데스크 (desk@dailian.co.kr)

집행정지 결정은 사실상 윤석열 징계가 부당하며 추진 말라는 명령

더 이상 미련 갖지 말고 조미연의 숙고(熟考) 의미 새기며 내려놔라

ⓒ데일리안 DB

추미애는 떨고 있고 문재인은 고민하고 있다.


판사 조미연의 판결 때문이다. 그녀의 결정문과 인물에 대해서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認容,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가 있다고 인정돼 그것을 받아들임) 직후 법무부장관 추미애에 의해 징계가 청구되고 직무가 정지됐던 검찰총장 윤석열이 바로 출근, 그가 뉴스의 중심이 됨으로써 언론 매체에 그 의미에 상응하는 보도가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중앙일보에 난 ‘조미연 사찰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53)는 전남 나주 외조모 집에서 자라고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호남 출신으로 성균관대 재학 시절인 1987년 대선에서 민중 후보 백기완의 선거 운동을 도운 진보적 성향의 청년이었다. 6수(修) 끝에 합격해 판사가 되어서는(윤석열은 9수후 검사가 되었으니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권법연구회(문재인 정권에서 코드 인사로 비판 받는 우리법연구회 후신) 회원이기도 해 진보좌파 정권 지지자로 믿어질 법도 했다.


그런 그녀가 추상(秋霜) 같은 결정문을 내놔 대통령 문재인과 장관 추미애를 넉다운시켰다. 장차 한국의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최근 작고한 미국 진보 대법관의 상징 여성 판사)로서 대한민국 법치와 진보적 가치 옹호 및 신장(伸張)을 위해 소신을 편 판사로 기억될 수도 있는 나라의 자산이다. 이런 사람이 바로 법무부장관이나 여성가족부장관을 맡아야만 할 것이다.


조미연은 결정문에서 맹종(盲從,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덮어놓고 따름), 몰각(沒却, 없애고 무시해 버림)과 전횡(專橫, 권세를 혼자 쥐고 제 마음대로 함)이란 말을 써 추미애의 윤석열 직무정지는 물론 징계 시도 자체가 현행 법적 견지에서는 어처구니없는 것이라는 꾸지람을 무섭게 적었다. 그녀보다 판사를 먼저 한, ‘법도 모르고 법 위에서 행동하려 하는’ 소위 법무부장관이라는 추미애의 낯을 파랗게 질리게 했을 준열(峻烈)한 선고였다.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지만,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직무 정지가 지속되면 임기만료 시까지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해임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데, 이는 검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 임기를 정한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沒却)하는 것이다…….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그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직무 배제 조치가)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돼야 한다.”


추미애는 이 선고를 받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난데없는 전 대통령 노무현을 소환하며(그녀는 노무현 탄핵안에 찬성했었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의 잣대를 고무줄처럼 임의로 자의적으로 쓰면서 어떤 민주적 통제도 거부하고 있다. 이 백척간두에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낀다. 그렇기에 저의 소임을 접을 수가 없다”고 썼다. 후배 여판사의 냉정한 결정에서 받은 좌절과 수치를 딛고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검찰을 향해 예의 저주를 퍼부으며 이미 흘러간 노래가 된 ‘검찰개혁’ 타령을 또 부른 것이다.


그녀는 “인권침해를 수사해야하는 검찰이 오히려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수사가 진실과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짜 맞추기를 해서 법정에서 뒤집힐 염려가 없는 스토리가 진실인양 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혹한 수사를 했다. 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 활극에 희생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이명박은 그 가혹한 수사 활극을 당한 전직 대통령들에 포함되지 않고 노무현만 희생됐다는 말인가?


다수 국민들은 그녀와 정권이 부르는 검찰개혁 노래에 이제 신물이 나 있다. 그 속셈이 뻔 하기 때문이다. 남의 편 수사는 혐의를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지만, 자기 편 수사는 될수록 미루고 뭉개고 건성으로 하거나 아예 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게 그들이 요구하는 검찰개혁이며 그 뜻을 거스른 윤석열을 내쫓으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모른 척하는) 바보 국민들은 이제 40%도 안 된다는 여론조사가 엊그제 나왔다(리얼미터,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던 호남 지역민들과 강남좌파 진보 층의 이반(離叛) 조짐은 매우 상징적인 현상이다. 문재인정권이 이성을 가진 집단이라면 겁을 먹어야 하고 정신을 차려야 하는 신호인 것이다. 절차와 사유에서 위법을 저지르고 부당한 결정을 한 장관 추미애와 그것을 사실상 지시했다고 보는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이다.


이것을 존중해서 바로잡는 자세를 보인다면 문재인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추미애 측근 차관이 사표를 내 윤석열 징계위원회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문재인은 부랴부랴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이자 이번 윤석열 징계의 발단이 된 월성 원전 수사의 핵심 대상자인 전 산업부장관 백운규의 변호인인 이용구를 임명했다.


그리고 징계위원회 회의 날짜를 10일로 미루도록 했다. 징계를 밀어붙이려다 판사가 급제동을 걸고 여론이 급전직하하니 ‘절차적 정당성’을 이제 와서 강조하며 모양을 갖추려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는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징계위에서 해임 의결을 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들 윤석열과 검사들, 그리고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정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계는 벌써 물 건너갔다.


그러니 깨끗이 단념해야 한다. 망나니 장관에게 일을 맡겨 억지 징계를 감행하려다 국민에게 그 치부(恥部)를 내보이고 말았으면 바로 잘못했다고 고백하고, 정리할 사람 정리하고(필자는 데일리안 12월3일자 칼럼에서 추미애를 토실구팽(兎失狗烹)하라고 했다) 포기해야 할 것 포기하는 게 최선의 정책이요 상수(上手)다. 더 이상의 꼼수는 매만 더 벌 뿐이다. 집행정지 결정의 의미는 직무정지뿐 아니라 윤석열 징계 추진 자체가 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정권의 배가 기울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선장 문재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아직 남아 있다. 판사 조미연의 결정문 전문을 읽어 보았나 모르겠는데, 안 읽어 봤다면 이번 주말에 정독하길 바란다.


지금은, 자신보다 최소한 15년 더 후배인 젊은 여판사의 법치주의 의지와 가르침을 문재인이 숙고한 다음 현명하게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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