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변화와 성장의 국제비교’ 보고서
산업역동성 급격한 저하…잠재성장 하락 야기
“규제 혁신, 노동경직성 해소 등 선행 돼야”
우리나라 산업역동성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빠르게 하락하면서 잠재성장률 급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한국경제의 역동성 진단 : 산업구조변화와 성장의 국제비교’ 보고서를 발표하고 산업역동성의 급속한 저하를 막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역동성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비교대상 31개국 중 한국의 산업역동성은 10위로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는 33개국 중 30위에 머물렀다.
한경연은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원배분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경제일수록 산업의 역동성은 높다고 분석했다. 산업역동성이 급락하는 경제는 효율성이 낮고 창조적 파괴 즉 혁신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이 높아지고 산업구조가 성숙해질수록 산업구조 변화속도, 즉 산업의 역동성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라면서도 “우리나라처럼 급속히 산업의 역동성이 저하되는 경우는 보편적이지 않고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특정 소수의 산업에만 의존하여 성장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 외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는 산업역동성 급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의 산업구조 변화속도 하락이 제조업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2000년대 들어 산업역동성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최근 10년의 평균 산업구조변화 속도 평균값을 비교했을 때 서비스업의 하락 폭은 –38.4%로 제조업(-29.6%)을 보다 컸다.
한경연은 서비스업의 산업역동성이 제조업보다 낮은 이유로 우리나라의 제조업 중심 성장도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 서비스업에서의 강한 규제와 혁신부진을 근본원인으로 꼽았다.
고도성장기에는 제조업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서비스업의 산업역동성이 제조업에 비해 낮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제조업의 성장도 부진한 근래에도 서비스업의 산업역동성이 아직도 제조업보다 훨씬 낮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마트 규제, 우버, 타다 등의 신 모빌리티 사업 금지 등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서비스업 사업환경은 혁신이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며 “이같은 산업환경이 서비스업의 낮은 산업역동성으로 측정되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산업역동성의 추세적 하락이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실증적 근거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잠재성장률 급락의 원인 중의 하나로 산업역동성의 급속한 저하를 빼놓을 수 없다”며 “고령화·저출산 심화, 생산성 하락 등을 잠재성장률 급락의 주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산업역동성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노동경직성 등도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산업역동성을 제고하여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고 기업 및 산업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감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