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의 평양 지국 설치 생각해 볼 대목
스토커 수준으로 북한에 매달리는 민주당 정부
통일, 온 국민이 참여해 길을 찾고 의견 모으는 일
얼마 전 KBS가 시청료를 올리는 명분으로 북한 평양에 ‘KBS 지국(支局)’ 개설을 계획한다고 했다. 지국 설치 예산이 ‘26억원’에 불과해 도리어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정도였지만, 국내 언론사의 평양 지국 설치는 사실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지금 평양에는 중국(신화사 통신, 인민일보), 러시아(타스통신), 일본(교도통신, 2006), 미국(AP통신, 2012) 등 한반도 관련 4개 나라와 프랑스(AFP통신, 2016), 영국(로이터통신, 2018) 등 주요 6개국 통신사들이 진출해있다. 북한이 통신사를 선호하는 것은 ‘더 빨리, 더 널리‘ 자국의 뉴스를 전파하는데, 뉴스의 도매상인 통신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일 조선총련계의 조선신보(朝鮮新報)와 중국, 러시아 언론사에서는 평양에 상주 특파원을 두고 있지만, 서방 언론들은 베이징에 취재본부를 두고 큰일이 있을 때 평양으로 가서 취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2020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이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180위라고 발표했다. 언론자유지수 조사에서 북한은 16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자유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자유로운 취재는 꿈도 꾸지 못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통치의 도구이고 혁명의 수단이라는 언론관이 확고하므로 ‘언론·출판·표현의 자유’ 운운 하다가는 총을 맞거나 투옥, 추방 당한다.
그렇지만 근년 북한의 폐쇄성과 열악한 인권 상황, 경제적인 어려움 특히 핵(核)무장 때문에 서방측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체제와 거기에 묶인 2500만명의 주민 그리고 기이한 젊은 지도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인다.
그중에는 틀린 기사도 많다. 멀쩡한 지도자가 사망했다고 오보를 하기도 하고, 북한이 조작한 사진 등이 그냥 나가기도 한다.
북한은 평양에 주재한다고 해서 정확한 취재나 보도가 가능한 땅이 아니지만, 그래도 현지 취재 말고는 답이 없다. 남·북한 언론사가 상호 지국을 설치하지도 못하고 현지 취재가 불가능한 현실 또한 정상이 아니다.
이는 북한이 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빚어진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 언론사나 정부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현재 국내 언론사 가운데 평양지국 설치를 신청한 회사는 10개로 파악된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겠다’ ‘코로나 백신을 주겠다’ ‘쌀을 주겠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 ‘화상 상봉을 추진하자’라는 등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북한에 매달리는 현 민주당 정부는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진정한 통일이 어떻게 가능하고 어느 방안이 최선이고 어디까지 왔는지 국민에게 틈틈이 설명해야 한다. 이 매우 곤란한 과정을 정직하게 설명하지 않고 무턱대고 “북한, 북한” 해서야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일’이라는 비웃음만 사는 현실 아닌가?
또 북한이나 통일 아이템이 관련 정치인의 몇 명에게만 이용되는 현실도 안타깝다. 통일이야말로 진영과 여야를 떠나 온 국민이 참여해 함께 고민하면서 길을 찾고 의견을 모으는 일 아니던가?
많은 사람이 독일의 통일(1990.10.3) 과정에서 언론 특히 방송의 역할이나 기여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낮에는 동독(東獨)에 살지만, 저녁에는 서독(西獨)에 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과가 끝난 동독 주민들은 서독의 TV 방송에 젖어 살았다.
동독 당국도 처음부터 주민들의 서독 방송 청취를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동독 당국도 처음에는 “계급의 적(敵)은 지붕에 앉아 있다”라면서 주민들의 서독 방송 시청을 막으려고, 지붕에 설치된 TV 안테나를 제거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돌리도록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독일 통일의 경우를 보면서 희망을 본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현실이 됐다. 이 모든 과정에 서독의 언론 특히 방송이 있었다. 일부 서독 프로그램은 동독에서 시청률이 더 높기도 했다.
우리는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해서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세대에 따라 정치적 지향에 따라 북한과 통일에 대한 시각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냥 방치하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여기에 공영방송의 공간과 시간이 생긴다.
공영방송 KBS는 환골탈태해 시청자와 방송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5000만, 북한의 2500만, 국외교포 1000만명이 모든 시청자를 바라보라. 서독은 1961년에 이미 “전 독일의 시청자”라는 표현으로 ‘동독을 포함한 모든 독일인에게 방송한다’라는 원칙을 확립해 시행했다.
집권당만 바라본 지난 몇 차례의 시청료 인상 기도가 실패한 원인을 이제는 알 만도 한데, 아직도 집권당과 푼돈에 집착하고 있는 KBS가 딱하게 보인다. KBS는 장사치가 아니라 언론이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