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OPEC+ 감산 기조 유지
WTI,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
유가 영향받는 연료비 연동제 실시
결국 유가 폭등 부담 국민이 떠안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20달러대선까지 붕괴됐던 국제유가가 최근 60달러 중후반대까지 급등했다. 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OPEC+) 등이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촉발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됨에 따라 폭등한 유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4.16% 급등한 63.83달러에 마감했다. 2019년 4월 30일(배럴당 63.91달러)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64.86달러까지 치솟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4.17% 오른 66.74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일제히 폭등한 건 OPEC+가 현재 감산 수준을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당초 예상을 깬 조치다. OPEC+는 이날 석유장관 회의를 통해 "이달 생산 수준을 다음 달에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만 다음달 적정 수준 증산을 허용하고 나머지 회원국들은 현재 수준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하루 100만배럴 규모 감산을 내달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감산 중단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OPEC+는 오는 4월 1일 다시 회의를 열고 이후 증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증산 전망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원유시장에서는 OPEC+가 다음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리고 사우디는 자발적 감산을 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2일 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하회하는 등 원유시장에 긴장감이 돌았던 이유다.
연료비 폭등 부담, 한전에서 국민에게로 전가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연료 가격 등락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연료 가격은 유가를 따라 오르내린다.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가 뛰는 만큼 전기요금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국민에게 부담이 더해지는 구조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가운데 국제유가가 전기요금에 반영되기까지 약 8~9개월 시차가 발생한다. 문제는 지난해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사실이다. 그해 4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폭락한 유가는 6월 이후 40달러로 회복 기조를 이어가더니 연말엔 코로나 백신 미국·유럽 승인 기대감으로 12월 50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2월엔 60달러 중반대를 웃돌며 유가가 코로나 터지기 전 수준까지 이르렀다. 작년 4월 이후 10개월간 유가는 40달러를 쉬지 않고 오른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최소 10개월간 유가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4월, 7월, 10월 등 3개월마다 반영될 예정이다. 단, 한전이 연단위 인상폭을 ±5원/kwh 이하로 제한하는 만큼 올해 월평균 350kWh 사용 4인 가구 전기요금은 최대 1750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한전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손실을 전기요금 인상분으로 상쇄할 수 있게 된다. 한전 입장에선 연료비 연동제가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부채 부담을 더는 안전장치로 작용하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저유가 특수'를 국민이 누리지 못했다. 작년까지는 연료비 등락에 관계없이 전기요금이 동일한 총괄원가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그대로인데 연료구입비가 저렴해지니 결국 그 이익도 한전이 가져간 것이다.
적자난에 시달리던 한전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조원대를 달성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저유가에서 고유가로 넘어가는 흐름을 관측하면서 적기에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해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라며 "재무 위기에 빠진 한전은 숨통이 트였지만 그 부담을 국민이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