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원칙은 중립성(中立性)과 독립성(獨立性)
김어준, 편파성·거짓에 법정 제재 받고도 진행은 이례적
방송인 김어준 씨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계약서도 없는 구두계약으로 규정 이상의 출연료를 지난 4년간 수십억 원을 받았다” “출연료도 개인 김어준이 아니라 1인 회사(법인)로 받아, 소득세 납부에서 ‘냄새’가 난다” “김 씨의 과다한 출연료는 언론을 거짓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자백에 불과하다” 등등 듣기 고약한 내용이 연일 이어진다.
야당 ‘국민의 힘’은 그동안 김 씨의 방송내용과 행태에 대한 잘·잘못, 특히 이번 4.7 보궐선거 과정에서 보인 편파적인 방송에 대한 책임도 묻는 듯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출연료의 과다 여부가 아니라, 그가 해온 방송이 공영방송(公營放送, Public Broadcasting)의 원칙에 맞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논쟁이나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공영방송의 원칙은 중립성(中立性)과 독립성(獨立性)이다.
우리나라는 ‘다(多) 공영 일(一) 민영’체제이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이 KBS, MBC, EBS다. 민영방송(SBS)이 주주(株主)의 이해에, 국영방송(KTV)이 정권(政權)의 이익에 매달린다면, 공영방송은 공공(公共)의 이익에 봉사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공영방송은 자본이나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여러 이해관계로부터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얼마 전 KBS가 시청료 인상을 거론할 때 국민들은 “시청료를 받아 그렇게 방만한 경영을 하고 편파방송까지 하면서, 시청료를 올려? 지금 내는 돈도 아깝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3년 동안 2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주식회사 문화방송(MBC)도 “우리도 공영방송으로 공적 재원이 필요하다”라고 끼어들었고 (2020.5.7), 교육방송(EBS)은 “KBS가 시청료 2500원 가운데 70원만 떼준다”라며 징징거려도, 시청자들이 냉담한 이유를 당사자들은 알기나 할까?
지금의 ‘김어준 파동’도 서울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400억원이 해마다 공영방송 TBS(교통방송)에 투입되는데, 김 씨가 ‘뉴스나 시사 문제를 제멋대로 해석해 민주당의 내로남불 파티에 떡을 보태주는’ 방송을 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통방송이 뉴스나 현안을 다루는 것이 설립 목적에 맞는지는 따로 다뤄질 내용이다. 그러나 김 씨의 출연료 과다와 타당성 여부 등은 관련 규정과 절차 등을 따져 보면 곧 드러난다.
회사 측은 ‘출연료는 1회 최고 100만원’이고 그 이상을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우지만, 이건 대표이사가 ‘개인적인 재량’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라, ‘편성위원회 논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사장이 결재를 했는지, 또 김 씨나 다른 진행자에게 관례에 따라 구두계약을 했다지만 타당한 관례인지, 김 씨가 그만한 대우를 받을만한 진행자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김 씨는 지난 몇 년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편파성이나 거짓 내용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2회, 주의 4회 등 6차례나 법정 제재를 받고 또 권고 등 여러 차례 행정지도를 받았는데도 아무 불이익 없이 계속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온 것도 방송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다.
마침 감사원도 19일 국회 답변에서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TBS는 감사원법에 따라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확인해 주었으니,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수월하게 됐다.
사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함께 확립할 기회가 있었다.
야당 시절(2016.7) 민주당은 ‘박홍근(서울 중랑을) 안’으로 불리는 언론장악방지법(방송법 개정안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구성을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하고, 사장을 선임할 경우 특별다수(特別多數)제를 도입해, 이사 3분의 2의 찬성을 받아 사장을 선임하자는 안으로, 언론노조에서도 찬성했던 안이다.
13명의 3분의 2는 9명이다. 즉 여당 측 이사 7명에 더해 야당 측 추천 이사 2명까지도 찬성해야 공영방송의 사장이 선임될 수 있는 구조로,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안이었다.
일본 NHK도 사장 선임 시 12명 경영위원회의 3분의 2 찬성을, 독일 ZDF도 77명의 각계 대표로 구성된 방송위원회 위원 3분의 2 찬성을 규정하고 있다.
법안 제출 1년 뒤인 2017년 8월, 정권이 바뀌어 대통령 문재인은 방송통신위원회(이효성)의 업무보고를 받고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냐”고 하면서 없던 일로 해버렸다.
고도의 중립이 되기 위해서는 첫 단계로 기계적인 중립이 필요한데도 대통령이 “그게 도움이 되겠냐”고 한마디 거들자, 법률 개정안은 사라지고 공영방송의 운동장은 급속하게 기울어졌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이런 뿌리에서 자라났다. 민주당은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언론 개혁’을 다시 입에 올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개혁은 ‘권력의 품에서 국민의 품으로’를 말하는데, 검찰개혁에서 봤듯이 민주당의 ‘개혁’은 그 반대로 간다. 코로나 백신에 이어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