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건희 회장 소유 미술품 국립기관에 기증
김환기·이중섭 등 근대 대표 작가 작품 다수 포함
“지정문화재 등 국내 보물 해외 유출 막는데 의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들이 28일 2만3000여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을 국립 기관 등에 기부하는 방안을 확정한 가운데 이중섭 ‘황소’를 포함한 다수의 유명 작품 면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삼성은 유족들이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증이 눈길을 끄는 것은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미술사적 가치가 큰 이들 작가의 작품이 기증될 경우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된다.
지정문화재는 문화보호법에 따라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엄격한 규제를 통해 항구적으로 보존하고자 지정하는 문화재다.
실제 유족들의 기증 목록에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이 1600여점 포함돼 있다. 해당 작품들은 국립 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이중 대중에도 유명한 작품으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와 이중섭의 ‘황소’ 등이 있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1950년대 제작된 대형 벽화로 인물이나 사물들의 크기를 제각각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황소도 독특한 구도로 강한 인상을 준다. 작가 특유의 거친 붓질로 표현된 황소는 몸을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향한 채 고개는 왼쪽으로 돌리고 울부짖고 있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증으로 국민들이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서양 미술 수작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클로드 오스카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이 있다.
재계에서는 유가족들의 이번 미술품 기증이 지정문화재를 비롯한 국보를 해외 유출 없이 지켜내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건희 회장은 생전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정문화재와 같은 보물들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유가족들의 이번 기증 결정으로 작품 상당수를 지켜낼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족들은 오는 30일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국내 주요 국공립 미술관 및 박물관과 미술품 기부에 관련된 내용을 협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