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청와대·정부·여당 인사 '예방 릴레이' 나서
10년 정치 경력 덕분 '과거 인연' 회상하며 화기애애
합당 논의 안철수와는 '당명 변경' 두고 신경전 펼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취임 후 신고식으로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야당 대표들을 차례로 예방했다. 이 대표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간 정치를 해오며 다양한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특정 인사와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찾았다.
먼저 오전 시간 국회를 방문한 김부겸 총리와 마주한 이 대표는 자신의 아버지와 친구 사이인 그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김 총리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고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며 "사적으로는 아버지가 김 총리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협치 사항이 많은데, 방역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 대표가 "여야 간 협치가 좀 더 진일보할 수 있도록 김 총리가 행정부를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짧게 인사하자 "좀 더 길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던 김 총리는 "이 대표의 당선을 보고 우리가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 데 (부족했는지) 반성한다"며 "정부에 있는 동안 이 대표와 같은 젊은 세대가 가지는 절박한 소리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화답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2시 이철희 정무수석과 만났다. 스무 살의 나이 차이가 있는 그들이지만 각자 청와대의 요직과 제1야당의 대표를 맡기 전 방송 활동 과정에서 함께 출연하는 장면을 다수 연출한 바 있다.
이날 회동에서도 과거 인연을 강조한 이 대표는 "저랑 결코 가볍지 않은 여러 가지 인연으로 엮여 있는 분"이라며 "어느 때보다도 정무수석실에서 여야 협치의 윤활유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철희 수석도 "10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이 대표와 모 방송국에서 1박 2일로 템플스테이를 같이 한 기억이 난다"며 "그 때 정말 10년 만에 이 대표가 거대 정당의 대표가 될 거라고 짐작하지 못 했지만 축하드린다"며 웃음을 보였다.
'여야정 협의체'의 가동 여부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이 수석은 "정당끼리 경쟁을 치열하게 하더라도 정부와 대면할 때는 협력할 때 협력해서 국민들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여아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민생 현안에 대해 충분히 소통해 일괄 타결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오히려 저는 청와대 쪽에 국정에 필요한 방향으로 참석 인원을 조정하시리라 말씀드렸다"며 "그런 측면에서 논의가 활성화되길 바라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당 대 당 모임을 가지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화답했다 .
계속해서 이어진 이 대표의 이날 예방 릴레이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만남은 역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공식적인 첫 회동이었다. 두 인사가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당시부터 얽힌 악연이 그간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합당'이라는 중차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양당의 대표가 만난 만큼 주요 화두도 해당 문제에 집중됐다. 논쟁점이 되고 있는 '당명 변경' 문제를 두고서는 명확한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와의 만남을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실무자라고 들었고,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협상안을 준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들었다"며 "주 전 원내대표의 협상안에서 권은희 국민의
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당명 변경과 관련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자리를 뜬 후 5분 뒤 취재진과 마주한 안 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측에 당명 변경을 요구한 것에 대한 질문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그런 부분들은 모두 실무진 선에서 대화가 진행되면 논의할 부분'이라 답해 상반된 기류를 보였다.
이날 예정된 마지막 예방 일정으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찾은 이 대표는 이철희 정무수석과의 회동과 마찬가지로 과거 방송에서의 인연을 상기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 앉고 보니 최강욱 대표와 방송하던 추억이 떠오른다"며 "저희가 생각하는 모든 바가 일치될 수는 없지만 최 대표와 굉장히 젠틀하고 매너 있게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보수정당에서 활동하지만 한 자리수의 작은 정당도 해봤다"며 "정당의 의석수가 많고 적음과 관계 없이 대표하는 국민들이 있는 상황 속에서 수에 의한 힘의 논리가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개인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최강욱 대표 또한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머지 않은 옛날인데 함께 방송하던 시절이 생각나는 것"이라며 "어느 덧 시간이 흘러 당대표의 자격으로,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우리 당 사무실을 방문해줘 정말 기쁘고 여러 생각이 든다"고 환영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이 대표의 행보가 시작됨으로 해서 국민들께서 벌써 한국정치가 변화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고 계실 것 같고, 이 대표가 상징하고 있는 발전이 쭉 좋은 정치로 이어져 열매 맺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준석 돌풍'이라고 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정치권에서 받아 안아서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