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일대 클럽서 확진자 발생...집단감염 규모 커져
클럽FF "공연 시간대와 무관...인디씬 관계자들에 죄송"
코로나19 확진지가 700명대를 넘어 800대 까지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홍대 밤거리는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인도발 델타변이 바이러스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어 5차 유행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홍대 라이브클럽들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월 30일과 지난 1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이틀 700명대로 집계됐고, 2일에는 826명까지 치솟았다. 1월 7일 이후 176일만에 최다다. 1일 기준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환자 수는 612.3명을 기록해 42일 만에 600명대를 초과했다. 이날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712명의 85.3%는 수도권에서 나왔다. 특히 홍대 주점에서 발생한 원어민 강사 집단감염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서울시는 이 사례와 관련해 6월 16일부터 28일까지 마포구 홍대 주변 음식점 8곳(라밤바·젠바·도깨비클럽·FF클럽·어썸·서울펍·코너펍·마콘도bar)을 방문한 사람은 진단 검사를 받아달라고 두 차례에 걸쳐 문자 메시지로 안내했다.
라이브클럽에서 우려를 내비치는 건 이 음식점 명단에 속한 ‘FF클럽’ 때문이었다. 홍대의 한 라이브 클럽 관계자는 “이번 감염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인들은 물론, 관객들로부터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라이브 클럽, 즉 공연장이란 인식이 강한 클럽FF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해 대중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간 라이브 클럽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싸워오던 이들이 또 한 번 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얼마 전, 네스트나다를 비롯해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 중이던 공연이 갑자기 중단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민원을 받은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이 현장에 방문, 방역지침을 이유로 공연 취소를 통보하면서다. 갑작스럽게 공연을 강제 중단 당한 라이브 클럽 중엔 ‘클럽 FF’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긴 협의 끝에 현재 어렵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클럽FF는 20년간 이어온 국내 인디음악 문화를 이끈 클럽들 중 한 곳으로도 대중에게 인식되어 왔다. 한 라이브 클럽 대표는 “현재 라이브 클럽들은 마포구와의 오랜 대화 끝에 얻어낸 공연권을 지키기 위해 공연장의 방침에 따라 공연을 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주류 판매를 중단하면서까지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그런데 확진자 동선에 클럽FF가 포함되면서 대중들에게 ‘역시 라이브 클럽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클럽FF 측은 ‘공연장’으로서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서의 영업시간에 발생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클럽FF는 “확진자 한 분 동선에 FF가 아쉽게도 포함이 되었다”며 “다행스럽게도 공연 시간대와 전혀 상관없는 오전 시간대였고, 6월24일 오전 방역업체를 통해서 입구부터 내부 전체를 완벽하게 소독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일반음식점들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문을 닫거나, 영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현행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클럽들이 이른 오전부터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관계자는 “손님들이 식당 영업이 끝나는 밤 10시면 홍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술을 먹는 식의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클럽들은 오전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그 손님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식으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런 클럽들의 경우 대부분이 내부에서 술을 마시고 흡연을 하면서 춤을 추는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의문이다.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 이제야 터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라이브클럽협회 관계자는 “협회원사인 클럽FF와 함께 언급된 클럽들을 보면 공연장 즉, 라이브클럽과는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클럽FF 역시 라이브 클럽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한 오전 시간대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라이브클럽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면서 "방역수칙을 어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업을 위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하는 시간까지 협회에서 제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협회 내부에서도 안전하게 공연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는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클럽FF는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이번 주 예정되어 있던 공연은 모두 취소했다. 클럽FF는 “밴드 및 관계자,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이번 상황이 벌어진 건 어디까지나 클럽FF의 관리소홀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열심히 인디밴드씬 유지를 위해 달리고 계시는 클럽 및 공연장 관계자 분들께도 큰 피해를 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