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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사각지대' 전세대출, 서민 박탈감만 키운다


입력 2021.07.09 06:00 수정 2021.07.08 11:0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 은행 보유량만 100조 육박

갭 투자 악용에 규제 실효 논란

국내 4대 은행 전세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에서 나간 전세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치솟는 가운데 최근 새로 시행된 가계대출 규제에서 전세대출이 또 다시 사각지대로 남으면서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렇게 급증한 자금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 투자로 흘러 들어가면서, 내가 살 집 한 채도 장만하기 버거워진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이 보유한 전세대출 잔액은 총 95조457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5748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의 전세대출 보유량이 26조731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조9663억원 늘며 최대를 유지했다. 이어 국민은행 역시 23조7636억원으로, 하나은행은 23조4025억원으로 각각 2조3867억원과 2조8411억원씩 늘었다. 우리은행의 전세대출도 21조5604억원으로 2조3807억원 늘었다.


은행 전세대출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천정부지로 솟구친 전셋값이 자리하고 있다. 전세를 얻는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보니 대출 규모도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올해 6월 말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113.2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1월 가격 수준을 100으로 두고 최근의 전셋값을 비교해 표시한 것으로, 지난 달 수치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6년 1월 이후 최고값이다.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 임대차법이 꼽힌다. 임대차법 도입으로 전세 계약기간은 4년으로 늘어나고 계약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은 5%로 묶였다. 이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시 보증금을 최대한 올리려 하면서 전셋값이 뛰고 있다는 해석이다.


◆서민 주거 마련 취지 '무색'


금융권에서는 전셋값의 질주와 더불어 느슨한 규제도 전세대출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세대출은 소득 외에 갚을 수 있는 상환재원인 전세금이 있다는 이유로 가계대출 규제 대상에서 줄곧 제외돼 왔다.


금융당국이 이번 달부터 강화해 실시하고 있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도 전세대출은 열외다. DSR은 가계가 보유한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계산해 대출 상환 능력을 따져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책정하는 지표인데, 이를 계산할 때 전세대출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포함된다.


문제는 이렇게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 투자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에서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4254건 중 갭 투자 거래는 52.0%에 달했다. 갭투자 비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40% 중반을 유지하다가 지난 3월 30%대로 잠시 주춤하더니 단숨에 50%대로 올라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의 주거 공간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전세대출이 지금처럼 계속 기형적 투자에 이용되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대출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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