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부동산업체에 나간 대출이 500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폭증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은행과 비은행 등 금융권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51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업의 금융권 전체 대출 잔액 512조3000억원과, 이중 은행권 잔액 325조2000억원 모두 한은이 해당 업종 대출 통계를 금융업권별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과거 현저하게 적었던 대출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다.
건설업종의 올해 3분기 말 금융권 대출 잔액은 11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9000억원 줄었다.
이와 관련한 부실 대출 지표에서는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의 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8.94%와 6.85%로, 2015년 1분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비은행권에서 건설·부동산업종이 각각 24.0%와 20.38%에 달했다. 부동산업 연체율은 1년 만에 14.42%포인트(p) 급등하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건설업의 경우 가장 높았던 2분기보다는 떨어졌지만 지난해 3분기보다는 16.69%p나 치솟았다.
금융사는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이처럼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대출을 끌어 쓴 건설·부동산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10월에서야 인하가 단행되면서,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은 위험의 진앙으로 꼽힌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인데,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로 불황이 깊어지고 이로 인해 부실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연체의 늪에 빠지는 사례가 많아졌다.
결국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에 착수하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의 사업성 평가 결과 경·공매 등 정리나 신규 자금 투입을 통한 재구조화가 필요한 유의(C)·부실우려(D) 등급 여신은 22조9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금융사들이 제출한 재구조화·정리 계획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3조8000억원, 올해 말까지는 9조3000억원, 내년 상반기까지는 16조2000억원이 완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