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대법원은 사실심 아닌 법률심…혐의 뒤집힐 가능성 없어"
"대선 앞두고 여권도 조국과 거리두려…입학취소 철회는 어리석은 수"
"청와대, 철회 요구 국민청원에 '우리 일 아니다'는 수준 답변 내놓을 듯"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에 대한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게시 하루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내놓을 답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입학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로 정부가 나서서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1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입시비리 혐의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의 딸 조민 씨의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부산대는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조민씨가 입학 당시 '사실과 다른 서류'를 제출했다고 판단해 입학을 취소시키기로 했다. 단 박홍원 부산대 부총장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행정처분 결과도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가능성에 기대를 건 듯 정 교수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들 혐의가 뒤집히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법률심인 대법원은 법률 적용이 적절한지를 따지는 곳으로, 스펙을 위조했다는 '사실관계'는 사실심인 항소심에서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법원에서도 허위 스펙 혐의와 양형 모두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원심이 증거 판단을 잘못한 '채증법칙 위반'을 저지른 경우에는 대법원에서 혐의가 뒤집히기도 한다"며 "그러나 정 교수 사건은 1심과 2심의 판단이 같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법원 유죄 확정이 유력해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한시적인 입학취소 철회를 추진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이 정 교수 측의 상고이유 등 법리 검토를 마치고 선고를 내리는 시점은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2022년 3월과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이 가까운 시점에 조씨의 입학취소 조치가 거듭 번복되는 것은 자칫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선일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여권 내에서도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 마당에 문재인 정부가 입학취소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압력을 넣는 어리석은 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신업 변호사는 "실제로 청와대가 입학취소 결정을 번복하려 하다가는 관계자들이 차기 정권에서 줄줄이 기소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은 '우리가 답할 일이 아니다'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번 청원은 사법이 정치화된 한 사례로도 볼 수 있다"며 "국민 청원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용만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