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규제 피해 단기 시세차익 노린 투자수요 집중
용도변경 한시적 허용, 규제 빈틈 비집고 실수요자 관심도 높아
"과도한 규제가 불안정한 시장으로 수요자 내모는 격"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청약경쟁률이 연일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 규제를 피해 차익을 남기려는 투자수요는 물론 대출이 막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집중되면서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마곡지구 일원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공개청약 결과 총 876실 모집에 57만5950건(홈페이지 청약접수 기준)이 몰리며 평균 657대 1, 최고 60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청주 흥덕구 일원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160실 모집에 13만8000건가량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8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3월 분양한 부산 동구 '롯데캐슬 드메르'는 1221실 모집에 43만여건의 청약이 접수되며 평균 35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 마감했다.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숙은 장단기임대와 개별취사 등이 가능한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 주거상품이다. 실거주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임대사업 및 숙박업으로 활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주택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아파트와 시설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상업지역에 들어설 수 있고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돼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대출 규제 등에서 자유롭다.
주택으로 잡히지 않아 종부세·양도세가 중과되지 않으며 만 19세 이상이라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다주택자여도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청약 당첨 후 계약금 10%만 내면 바로 전매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청약 당첨 직후 웃돈을 붙여 곧장 분양권을 사고파는 '초피꾼'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초피는 분양권에 처음 붙는 프리미엄을 뜻한다.
앞서 1일까지 정당계약을 진행한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당첨자 발표와 동시에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기 시작해 현재는 1억원 이상 분양권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마곡지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74㎡ 물건을 1억3000만원가량 웃돈을 얹어 사겠다는 매수인이 있어 매도의향자를 연결해줬다"며 "앞으로 마곡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인식이 크다 보니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를 피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부동산투자 관련 커뮤니티 및 단톡방 등에선 "올해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생숙(생활형숙박시설), 민임(민간임대). 오피(오피스텔) 세 가지만 기억하라"는 말까지 나온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높다. 정부는 생숙을 본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립하고 계약서상 숙박업 신고와 주거용 사용금지를 확인했다는 증명서를 첨부하도록 법제화했다. 주거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 등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미 분양받거나 임차해 거주 중인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단 지적이 일면서 국토부는 한시적으로 용도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오는 10월1일부터 2023년 10월2일까지 2년간은 일정 비용만 부담하면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다.
여당에선 이 같은 제도적 빈틈을 파고든 청약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은 생숙을 분양대상 건축물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생숙은 회원권 형식으로 거래되거나 건물의 통매각만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와 공급부족에 따른 기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주택규제가 심하다 보니 투자자들도 수요자들도 주택이 아닌 것들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용도변경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절차가 쉽지 않으며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할 경우 주택수로 잡히기 때문에 세 부담을 다 떠안아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더라도 생숙은 운영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며 "각자도생하는 불안정한 시장에 이처럼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다가 터지게 되면 결국 분양계약자들만 줄줄이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