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다 ‘안전함’ 택해…큰 변화 없이 ‘성능 강화’ 초점
삼성 폴더블 글로벌 흥행 관건…샤오미 ‘미11T프로’ 맞불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대어’(大魚) 애플 ‘아이폰13’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애플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 스티브잡스극장에서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아이폰13 등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번 신제품은 당초 유출된 예상 성능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신제품 출시 전 팁스터(정보유출가)들을 통한 유출 수위가 점차 심해지면서 다양한 정보를 흘려 ‘배신자’를 색출하고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3은 대체로 전작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다. 역대급 판매량을 경신한 ‘아이폰12’는 측면이 평평한 깻잎 통조림처럼 바뀌고 애플 스마트폰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을 지원하면서 교체 수요 자극에 성공했었다.
아이폰13은 외관만 놓고 보면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디스플레이 상단 중앙의 노치 크기가 약 20% 줄어들고 카메라 모듈이 더 도드라진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기대를 모았던 저궤도 위성통신 기능도 빠졌다. 여전히 라이트닝 케이블과 페이스 아이디(ID)를 고집한다.
애플, 경쟁 제품 대비 AP 성능 강조…삼성·퀄컴 ‘저격’
성능 개선은 크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배터리·카메라 등 세 가지 파트로 압축된다.
애플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가 현존하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것 중 가장 빠르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16코어 뉴럴 엔진은 초당 15조8000억회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영상과 사전 처리 성능이 뛰어나다.
아이폰13 시리즈에는 A15 바이오닉 칩이 탑재됐다. 애플에 따르면 ‘경쟁 제품’ 대비 CPU 속도가 50% 개선되고 그래픽처리 속도가 30% 빠르다. 상위급인 프로급 모델 2종은 그래픽 처리 속도가 경쟁사 대비 최대 50% 더 빠르다.
여기서 ‘경쟁 제품’은 모바일 AP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퀄컴 등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 애플 AP가 최적화를 통해 최상의 성능을 내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애플이 이처럼 경쟁사를 직접 저격하며 AP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 제품에서 AP 성능 강화가 가장 큰 변화라는 것을 반증한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배터리 수명도 개선됐다. 아이폰13 미니와 아이폰13 프로는 전작 대비 배터리 수명이 1시간 30분, 아이폰13과 아이폰13 프로맥스는 수명이 2시간 30분 연장됐다. 이것 역시 경쟁사 제품들이 45와트(W)를 넘어 100W급 고속충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보수적인 접근이다.
이번 신제품은 전작과 동일하게 ▲아이폰13(5.4인치) ▲아이폰13 미니(6.1인치) ▲아이폰13 프로(6.1인치) ▲아이폰13 프로맥스(6.7인치)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카메라의 경우 아이폰13과 아이폰13 미니 후면 듀얼(2개) 카메라에는 센서 시프트 광학식손떨림방지(OIS) 기능과 초광각 렌즈, 1.7 마이크로미터(㎛) 픽셀 등이 적용됐다. 어두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선명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최대 60fps 4K 화질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아이폰13 프로와 아이폰13 프로맥스는 후면에 1.9㎛ 픽셀의 대형 이미지 센서와 센서 시프트 OIS, 초광각 렌즈, 3배 광학 줌 등이 적용된 트리플(3개) 카메라를 탑재했다.
삼성, 120Hz 조롱으로 응수…샤오미 ‘가성비’ 물량 공세 주목
그나마 큰 변화라고 할 만한 것은 120헤르츠(Hz) 주사율 지원이다. 프로급 모델 2종에만 적용됐다. 정보기술(IT) 팁스터인 아이스유니버스는 트위터를 통해 “애니메이션과 부드러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아이폰으로 더 많이 갈아탈 때다. 삼성엔 미안”이라고 호평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둔 삼성전자의 여유로운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우린 이미 120Hz 주사율이 적용됐다”며 “마치 데자뷰 같다”고 조롱했다.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흥행에서 비롯됐다.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는 자국 시장인 국내에서의 흥행을 등에 업고 전 세계에 출시됐다.
두 제품은 삼성전자의 역대 사전 개통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개통 시작 이후 하루 동안 약 27만대 개통을 기록했다. 역대 삼성전자 국내 스마트폰 개통 첫날 기준 가장 많은 수량이다.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진행된 사전 예약 수량도 약 92만대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대비 약 1.3배 많다. 올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1’과 비교해도 약 1.8배 많다.
중국 사전예약도 100만대 이상을 기록하는 등 초반 분위기는 좋다. 다만, 폴더블폰 흥행이 반짝 흥행에 그치며 ‘찻잔 속 태풍’에 머물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물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출하량이 일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매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샤오미는 애플의 잔칫날인 이날 오후 ‘미11T’ 시리즈를 공개하며 새로운 플래그십 라인업을 구축한다. 애플 잔칫날 놓는 ‘맞불’인 셈이다.
이번 제품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스냅드래곤 888 칩셋 등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나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물량 공세가 무기다.
한편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보급형 수요를 겨냥한 신규 태블릿 ‘아이패드 9세대’와 ‘아이패드 미니 6세대’를 함께 공개했다. 신규 스마트워치 ‘애플워치7’도 선보였다. 애플워치7은 세간에 떠돌던 루머와 달리 평평한 측면이 아닌 둥근 테두리로 마감됐다. 기대를 모은 무선이어폰 ‘에어팟3’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