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연내 심의위 개최…결론 안 나면 새 정부로 넘어갈 수도
하루 평균 217건‧1억1000만원 규모 소비자 피해 방치
2년 넘게 끌어온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 허용 여부가 올해를 넘기지 않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면서 주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형편이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또 다시 정치권 눈치보기로 명확한 결론 없이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연내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3년씩 2회 지정 후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됐다. 원칙대로라면 이때부터 대기업의 중고차매매업 진출이 허용됐어야 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며 중고차 시장 개방은 미뤄졌다. ‘소상공인 생계형 접합업종 특별법’에 따르면 소상공인단체가 종사 업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업종 추천 여부를 담은 의견서를 최대 9개월 안에 중기부에 제출해야 하고, 중기부는 이를 참고해 최대 6개월 내에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동반성장위는 법정 시한에 맞춰 2019년 11월 7일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중기부는 법정 최종 심의 종결일(2020년 5월 7일)이 지나도 결론을 내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그해 7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중기부 상생간담회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 의견을 표명했고, 10월에는 중기부 국감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으나 중기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경제단체와 소비자 단체에서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의 허위매물, 사기, 협박 등으로 소비자들이 받는 피해를 거론하며 시장 정화 차원에서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입 허용을 촉구했음에도 중기부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법정시한 1년이 넘게 지난 올해 6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시켰으나 중고차 업계에서 중고차 매집 제한과 신차 판매권 양도 등 무리한 요구를 고수하면서 양측간 협의는 최종 결렬됐다.
이젠 중기부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협의 결렬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런 중기부의 행태를 직무유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6개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해 12월을 시작으로 올해 10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성명을 발표하며 더 이상 소비자 피해를 방치하지 말고 중고차시장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만4564건, 약 2900억원 규모의 중고 자동차 거래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중기부가 결정을 늦출수록 소비자들은 하루에 217건, 금액으로는 1억1000만원에 달하는 사기 피해를 계속해서 당해야 하는 셈이다.
중기부는 또 다시 해를 넘길 경우 직무유기라는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만큼 연내 심의위를 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일단 심의위가 열리면 중고차 시장 개방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권한을 가진 동반위가 이미 중고차 판매업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낸 만큼 심의위가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이 경우 기존 중고차매매업계의 조직적 반발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 중기부나 정치권에서 또 다른 카드를 내밀며 시간을 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동반위의 부적합 의견 제출 이후에도 2년간 아무 이유도 내놓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왔던 사안인 만큼 이번에 또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 경우 결국 이번 정권에선 결론을 내지 않겠단 얘기가 되는데, 새 정권에서 백지 상태로 다시 시작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