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똑같고 두뇌만 좋아진 ‘패드9’, 학생·입문자 ‘가성비’ 최고
대화면 폰 시대, 입지 줄어든 미니6…“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올해 6월 출시된 애플 ‘아이패드 프로 5세대’ 모델은 쓰면 쓸수록 머릿속에 ‘!’가 떠오르는 제품이었다. 애플 자체 반도체 칩 ‘M1’을 탑재한 첫 태블릿인데, 100만원대 가격이 납득되는 압도적 성능으로 전문가인 ‘프로’들에게 어울렸다.
이와 달리 지난 2일 국내 출시된 ‘아이패드 9세대’와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사용할수록 머릿속에 ‘?’가 떠올랐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여러 면에서 타협을 본 만큼 최고사양의 플래그십 제품처럼 모든 점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서다.
대신 제품별로 사용자가 “이거다”라고 생각했던 구매 포인트가 있다면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큰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100만원대 플래그십 태블릿을 사놓고 넷플릭스 머신으로만 쓰는 것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떨어지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두 제품을 대여해 며칠간 사용해봤다. 기존에 2019년 출시된 ‘아이패드 7세대’ 모델을 쓰고 있었다. 아이패드 9세대는 무려 2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외관만 놓고 보면 2세대 전 제품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전자기기 시장 흐름이 빠르게 바뀐다는 점을 두고 보면 매우 보수적인 변화다.
애플의 ‘고집’인 라이트닝 포트도 여전하다. 애플펜슬은 1세대만 지원된다. 2세대처럼 자석으로 달라붙는 방식이 아닌 위쪽에 캡을 벗겨 라이트닝으로 꽂아 충전하는 방식인 만큼, 라이트닝 포트 태블릿에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는지도 모르겠다.
대신 두뇌는 어마어마한 진화를 이뤘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A10 퓨전 칩에서 A13 바이오닉 칩으로 바뀌었는데, 스마트폰으로 따지면 ‘아이폰7’에서 ‘아이폰11’으로 진화했다고 보면 된다. 넷마블의 ‘마블 퓨처 레볼루션’과 같은 고사양 게임을 구동해도 전혀 끊김이 없다.
전작과 비교하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뉴럴엔진 성능이 20% 이상 개선됐다. 화면 크기는 10.2인치다. 넓은 베젤(테두리)은 적응되면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화면이 움푹 파인 노치 보다는 훨씬 균형감 있게 느껴진다. 무게는 약 490g으로 오래 들고 사용하기엔 묵직한 편이다.
달라진 것은 카메라다. 전면 카메라가 1200만 화소로 상향됐다. 태블릿으로 사진 찍을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화상수업 용도로 쓴다고 보면 활용도가 괜찮다. 64기가바이트(GB) 모델 기준 와이파이 버전이 44만9000원. 딱 학생이나 입문자를 위한 태블릿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린다.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처음 실물로 접해본 깜찍한 크기의 태블릿이다. 스마트폰처럼 한 손에 쏙 들어오지는 않아도, 손바닥을 쫙 펼치면 한 손에 쥐고 사용하는 것이 가능은 하다.
8.3인치에 무게는 약 293g. 평소 사용하는 대화면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무거운 수준이다. 지하철에서 오래 들고 동영상을 보거나 웹툰을 감상해도 팔이 아프지 않았다. ‘휴대성’과 성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소비자라면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AP는 A15 바이오닉으로 ‘아이폰13’에 탑재된 것과 동일하다. 전작 대비 성능이 최대 80% 개선됐다고 한다. 터치 아이디(ID)와 볼륨 조절 버튼은 위쪽으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옆에 애플펜슬 2세대를 붙여서 쓸 경우를 대비해 위쪽으로 옮긴 것 같은데 이게 적응하기에 은근히 불편했다.
애플펜슬 2세대를 붙여 놓고 보면 작은 ‘전자 다이어리’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아이패드 9세대와 달리 USB-C 충전포트를 적용했다는 점은 플러스 요소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휴대성에 대한 만족도 보다 작은 화면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졌다. 외부에서는 그럭저럭 쓸 만 했지만 집에서 콘텐츠 소비 용도로 쓰기엔 너무 작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화면을 분할해서 쓰거나 애플펜슬로 메모할 때도 작은 화면 탓에 만족도가 떨어졌다.
아이패드 미니가 탄생한 시점을 떠올려보니 왜 이런 불만이 생기는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패드 미니 1세대 모델은 7.9인치에 308g으로 2012년 후반에 나왔다. 같은 년도에 나온 스마트폰은 4인치 크기로 아담한 ‘아이폰5’다. 이보다 두 배 큰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나온 ‘아이폰13 프로맥스’는 6.7인치로 아이패드 미니 6세대와 불과 1.6인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미 대화면 스마트폰을 쓰고 있던 사용자에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지가 된 것이다.
물론 작은 스마트폰을 쓰거나 직업적으로 적당히 큰 화면의 태블릿을 상시 소지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독보적인 기기임이 분명하다. 메인이 아닌 휴대용 서브 태블릿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아이패드 9세대]
▲타깃 :
- “어서 와, 아이패드는 처음이지”
▲주의할 점 :
- 대 펀치홀 시대, 태평양 같은 베젤은 그만.
- 라이트닝 포트, 너는 이제 진짜 그만 만나자.
- 스피커가 아래에만 있어서 소리가 한쪽으로 새는 듯.
[아이패드 미니 6세대]
▲타깃 :
- 노안이 왔나, 요즘 스마트폰 글씨가 안 보여 고민.
- 손목 터널 증후군 탓에 무거운 태블릿 못 쓰는 사람.
- 비싼 컬러 전자책 구함.
▲주의할 점 :
- 아, 그냥 13만원 더 주고 ‘아이패드 에어4’ 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