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 “연락 한번 없더니 갑자기 사과”
‘데이트 폭력’ 표현 논란되자 부랴부랴 사과
이재명 “미숙한 표현 죄송, 감출 의도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조카의 살인 사건을 변호한 데 대해 재차 사과했다.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했던 것에 대해서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흉악범죄로 인한 고통의 크기가 헤아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 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24일 이 후보는 ‘여성폭력 추방 주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데이트 폭력은 모두를 망가뜨리는 중대범죄”라며 “피해예방, 피해자 보호, 가중처벌 등 여성안전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제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며 조카의 살인 사건 변론 사실을 털어놨다. 이 후보는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었다.
문제는 조카의 범죄를 ‘데이트 폭력’이라고 칭한 대목이다. 이 후보의 조카 김씨는 2006년 전 여자친구였던 A씨의 집을 찾아가 A씨와 그 모친을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사망케 했었다. A씨의 부친은 이 후보의 조카와 다투다 베란다 바깥으로 떨어져 장기 치료를 받았다. 연쇄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피해자의 부친은 이날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며 “사건 당시에도 사과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이 후보 일가 측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온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TV에서 사과 비슷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가 1·2심 당시 변론을 맡으며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주장한 데 대해서도 “내 딸의 남자친구였던 그놈은 정신이상은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뻔뻔하게 심신미약, 정신이상을 주장했다”고 분노했다.
이 후보는 “피해자 가족분들의 인터뷰 기사를 뒤늦게 봤다”며 “저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을 다시 상기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일 것”이라고 했다.
해명에 앞서 이날 오후 전남 신안군 ‘국민반상회’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이 후보는 ‘피해자 측 인터뷰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변호사라 변호했다”며 “안타까운 일이고 모든 범죄 피해자들은 억울한 것이고, 멀다고 할 수 없는 친척의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고 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