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98억422만 달러, 109억 달러 감소
1200달러 돌파에 따른 환차익 매도 실현
지난해 5대 은행 달러 예금 잔액이 500억 달러 이하로 급감했다.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며 1200원에 육박하자 개인 매도세가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의 수출 대금 및 결제대금 예치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5곳 은행의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498억422만 달러로 전월 대비 109억3128만 달러(18%)가 감소했다. 지난해 1월말보다는 5억5578만 달러(1.10%)가 줄었다.
그동안 달러 예금 잔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도 증가로 지속 증가해왔다.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 달러 예금 잔액은 503억6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지속 증가, 5월(602억5600만 달러)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감소했으나 540억~6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11월 정점(607억3550만 달러)을 찍었다.
이는 환율 상승에 달러를 쟁여두다 일부 달러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8월 이후부터 1100원 중반대로 올라갔는데, 같은 기간 달러예금 잔액도 3개월 연속 순증했다. 10월 이후에는 1180원대를 기록하다 11월 1170원~1190원대까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
변동성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 육박하자 달러를 쟁여두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국내 외국환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법인 포함)은 888억 달러(약 106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말(761억6000만 달러)보다 16.6% 증가한 수준이다.
기업은 수출 호조로 수출대금 및 결제대금 예치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 등도 영향을 끼쳤다. 12월말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것도 환율 상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12월 환율은 118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 이달 1190원도 넘기며 지난 6일(종가기준 1203.50원)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을 뚫었다.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달러 강세로 원화값(종가기준) 달러당 1200원을 웃돌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대체로 1분기(1~3월) 내에 원·달러 환율이 1230원까지도 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시점을 오는 6월에서 오는 3월로 앞당기고, 연말까지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최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작 직후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한 내용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연준이 테이퍼링을 마무리하는 올 3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한은행 PWM 방배센터 배정순 PB 팀장은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으로 달러가 강세를 띄지만 상반기 이후 안정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기존 달러 보유자라면 환차익을 누리기 나쁘지 않은 매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배정순 팀장은 “정부 개입 등으로 1200원대의 강달러가 지속되긴 어려워 매수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장 환율에 따른 목표지수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분할매수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