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
“컴플라이언스, 면피용 아닌 기업 철학과 가치로 추구”
외부 감시기구 독립성도 강조…리스크 유형 세분화 해야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준법경영에 있어 총수 의지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준법경영 실현을 위한 조직과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선 총수의 확고한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외부 감시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만 실효성 있는 준법경영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컴플라이언스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관련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는 “컴플라이언스는 단순한 면피용이 아니며 기업의 철학과 가치로 추구돼야 한다”며 “기업 안의 컴플라이언스 뿐만 아니라 기업 바깥의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훨씬 더 성숙한 자기 성찰이나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회사든 그룹이든 최고 CEO의 확고한 의지가 견인해야 한다”며 “이를 구현할 조직이나 제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봉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치적, 사회적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적극적인 컴플라이언스’로 발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그룹 총수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 차원에서 컴플라이언스 조직의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며 “그룹 내에서 조직의 위치, 위상, 권한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위원장과 이 교수 외에도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종근 한국지멘스 실장, 강성부 KCGI 대표,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기업지배구조연구소(AICG)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준법경영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세부적으로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세부적으로 유형화하고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룹 리스크와 계별 회사 리스크는 결이 다른 문제다. 단기·중기·장기 등 시기별 로드맵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각의 대책은 예방·대응·회복이라는 세 단계를 망라하는 순환 방식이어야 한다”며 “궁극에는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확산해 저변을 다지고 지속성을 확보해야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기업집단의 컴플라이언스는 지배주주관련 여부와 개별기업단위 등에 따라 사안을 세분화하고 차별화된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개별 기업단위의 컴플라이언스가 어떤 수준에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하고 독립적 절차를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경영환경에 맞춰 개별 회사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필용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배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비교적 낮고 지배회사, 자회사가 모두 상장된 경우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집단 컴플라이언스를 위해 개별회사의 무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의 지위 강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 추구가 필요하다”며 “지배구조의 단순화, 자회사 지분 비율 증가 등을 추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이 쎈 국내 경영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상 기업집단 차원에서 이해관계자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컴플라이언스의 시행이 필요하다”며 “기업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배주주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시행이 우선적인 과제이며 향후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선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1기 준법위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 준법위는)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었고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실패나 실수를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당초 위원회의 목표는 성공이나 완벽한 성과가 아니었다”며 “새 경험을 쌓는 것이었고 그 목표는 일단 이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향후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그룹을 ‘정치’로부터 일정 부분 해방시키는 역할을 짊어지는 것은 어떨까 한다”며 “준법감시위원회가 물백신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 백신접종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