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성 떨어져…배달앱에 대부분 메뉴 가격 이미 공개”
주요 원재료 수입 의존, 국제 가격 상승에 취약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주요 품목의 가격을 공개하는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공개된 가격이고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실질적인 가격 안정 효과보다는 외식기업에 대한 책임 전가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3일부터 매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외식 품목 12개의 가격과 등락률을 공표했다.
대상 품목은 ▲죽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짜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등이다.
이들 품목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중 매장 수 기준 상위 10개 브랜드를 선정해 이들 업체의 주요 메뉴 가격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외식가격 공표제가 시행된 가운데 외식업계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적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 정부의 시장 감시 기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는 물가안정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별 주요 메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물가인상에 대한 책임이 외식기업에 있다는 인식을 주기 쉽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외식가격 공표제 이전에도 한국소비자원을 비롯해 소비자단체에서 주요 외식가격의 품목별 평균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는 주요 메뉴 가격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책임 떠넘기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음식 가격이라는 게 이미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는 것인데 이걸 다시 정리해 발표한다고 해서 물가가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면피용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미 대부분 가공식품 가격이 오른 상황인데 외식물가만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밀, 콩, 대두, 설탕 등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가격 상승에 견디기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식기업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들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인건비,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이 상승한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정부는 소비자들이 음식 가격을 몰라서 식당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줄 안다”면서 “인건비부터 임대료까지 정부가 싹 다 올려놓고 음식값은 올리지 말라고 하면 손해는 자영업자가 다 보라는 얘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배달앱만 봐도 모든 품목의 음식 가격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다. 굳이 홈페이지에 찾아들어가서 가격을 확인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런 거 조사하고 발표하는 허튼 곳에 예산낭비하지 말고 방역정책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지원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싼 가격에만 집중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메뉴라도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품질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될 수 밖에 없는데 그걸 가격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에만 몰두하면 선택권이 좁아지는 등 오히려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