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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변희수 하사 지하철 광고 논란…"애도조차 평등하지 않아" vs "순직했나?"


입력 2022.03.04 05:27 수정 2022.03.03 22:1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변희수의 꿈과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 변희수 추모 지하철 광고 두 차례 불승인 끝에 게시

시민들 "트랜스젠더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비극적인 죽음에 애도 표현은 자유"

"군인이 휴가기간 성전환? 동의못해…시민단체 지하철 광고,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

전문가 "코로나19 등으로 관용 점점 사라져…페미니즘·시민단체 등 진보좌파에 연합돼 더욱 퇴색"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 방면에 고 변희수 하가 1주기 추모 광고가 게시돼 있다.ⓒ뉴시스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강제 전역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는 내용의 지하철역 광고가 세 번의 신청 끝에 게시됐다. 추모 광고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간 관용과 배려,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4번 출구 벽면에 가로 4m 세로 2.5m 크기의 고 변희수 하사의 광고가 게시됐다. 광고에는 '변희수의 꿈과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변 하사가 군복을 입은 사진, 여러 시민과 단체들의 이름이 담겼다. 광고는 두 차례 불승인된 끝에 7개월 만에 게시됐으며, 기간은 다음달 24일까지 한 달간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본인이 원하는 성으로 삶을 살 권리가 있다"며 "변희수 전 하사의 지하철 추모 광고를 내거는 데에만 몇 개월이 걸리고 승인도 겨우 된 것을 보면 애도조차도 평등하지 않은 것 같아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지하철 광고로 애도를 표현하는 것은 자유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를 혐오하는 목적이 아니고, 트랜스젠더를 옹호하거나 유인하려는 내용이 없는 데다 광고심의위원회도 통과했으니 지하철 광고를 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찬반 논란을 떠나 한 사람의 죽음이 비극적인 일은 맞다"고 덧붙였다.


반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생 김모(25)씨는 "휴가 중 상부에 보고 없이 성별을 바꾸고 돌아와 여자로 인정해달라고 했는데 성소수자라서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단체의 지하철 광고는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1)씨도 "개인으로서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헤아리기 어렵고, 극단 선택을 한 것은 안타깝다"며 "하지만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것도 아니고, 지하철에 추모 광고를 내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인이 휴가 기간에 성전환을 하는 것을 꿈과 용기라고 표현한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역에 게시된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추모 배너를 즉시 철거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게시글.ⓒ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변희수님 추모 배너를 즉시 철거해 주실 것을 청원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고인이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배너에 넣으셨는데 군의 신성한 국가수호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며 "또 국립현충원에 모셔진 수많은 위국영령들에 대한 모독행위이자 대선 기간과 겹친다"고 추모 배너를 즉시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관용의 정신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재난과 경제적 상황 등으로 불안하다보니 예민해져 있고 관용적이지 못하다"며 "얼마 전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벌어지자 일부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가서 시위를 하지 왜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괴롭히느냐는 불만의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나 정보화의 바람을 타고 똘레랑스(tolérance·관용)가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다 최근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든 다수자에 대한 관용이든 관용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사회적 관용은 어느 정도 풍요롭고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때 확산되고 깊어지는데 현 정부 들어와 이런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특히 "페미니즘과 시민단체 등 소위 진보좌파라고 불리는 세력과 연합돼 있는 것에 대해 배타적이게 되면서 우리와 다른 자에 대한 관용이나 자기를 표출하려는 소수자에 대해 비관용적이고 폐쇄적인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어떤 정부가 되든 다음 정부는 서로 다른사람들에 대한 관용의 정신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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