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사 구본화 알티미디어 유럽사업총괄법인장 인터뷰
20년 쌓은 ‘미들웨어 솔루션’으로 유럽 공략…KT 콘텐츠 ‘시너지’
OTT 확산, ‘위기이자 기회’…레거시 셋톱도 교체 없이 업그레이드
“이거, 굉장히 중요한 거다.”
구현모 KT 대표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전시회 ‘MWC 2022’ KT 부스에서 알티미디어 솔루션을 살펴본 뒤 대동한 임원들에게 한 말이다.
알티미디어는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방송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다. 1999년 설립됐으며 KT그룹사에 편입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20여년 간 관련 기술과 사업 노하우, 글로벌 인프라까지 갖춘 미들웨어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알려졌다.
알티미디어는 2000년대 초반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위한 셋톱박스 미들웨어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개척했다. 미들웨어는 스마트폰으로 따지면 운영체제(OS)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후 웹, 4K, 안드로이드(Android) 등 단말 플랫폼의 발전에 따라 제품을 업그레이드해왔다. 현재는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과 콘텐츠 보안 기술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유럽의 독일, 러시아, 벨기에 등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베트남과 네덜란드에 거점을 두고 전 세계 12개국 30여개 사업자, 5000만대 이상의 단말기를 위한 전문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KT 부스에서 만난 구본화 알티미디어의 유럽사업총괄법인장은 “지난해 초에 터키 트루크텔레콤의 셋톱박스 단말 통합 사업자로 선정돼 기존 100만대 레거시 단말을 교체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 회사 전체 매출 목표는 480억원으로, 이중 해외 비중을 25~30%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티미디어의 유럽 유료방송시장 전략은 자체 방송 솔루션을 구축한 크로스보더 티어1(국경 간 공급 1급) 사업자가 아닌 티어2·3 사업자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유럽은 티어1을 제외하면 국가별로 많은 사업자가 각기 다른 형태의 플랫폼으로 파편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 방송 1세대 구축 플랫폼이 노후화되면서 이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려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4K를 비롯한 서비스·플랫폼 고도화 니즈, 벤더 지형변화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알티미디어는 이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구 법인장은 “티어1 사업자들은 수십년 간 자체 솔루션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해외 솔루션 업체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며 “티어1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티어2·3 사업자들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알티미디어는 최근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유료방송시장 장악이 회사에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고객사인 유료방송사들이 OTT에 가입자들을 뺏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알티미디어에 위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터넷(IP)TV 자체에 OTT 플랫폼을 띄울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알티미디어에 또 다른 사업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는 부스에 마련된 솔루션은 시연하면서 “사업자의 IPTV 안에 인앱 개념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포팅해주면 이용자들이 유료방송에 가입해서 넷플릭스를 보면서도 결국은 사업자의 사용자환경(UI) 안에 머물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알티미디어 솔루션을 이용하면 오래된 셋톱을 교체하지 않고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만으로 신형 셋톱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고객들이 OTT를 보면서도 자사 서비스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수 이후 KT와의 시너지는 알티미디어의 솔루션을 유럽에 확대하면서 KT가 만든 K-콘텐츠를 함께 소개하는 식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구 법인장은 “KT의 유료가입자는 방송만 1300만이 넘는다”며 “KT의 부가 서비스들을 기존 유럽 사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