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노리치시티전 통해 약 9개월 만에 풀타임
토트넘 시절 연상케 하는 킥으로 클래스 과시
크리스티안 에릭센(30)의 정교한 킥도 돌아왔다.
에릭센 소속팀 브렌트포드는 6일(한국시각) 영국 노리치 캐로우 로드서 펼쳐진 ‘2021-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에서 노리치시티를 3-1 완파하고 15위로 올라섰다.
지난 1월2일 아스톤 빌라전(2-1승) 이후 2개월 만에 거둔 승리다. 최근 리그 8경기에서 7패를 떠안았던 브렌트포드는 강등권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는데 에릭센 덕에 한숨 돌렸다.
지난해 경기 중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돌아온 에릭센은 약 9개월 만에 선발 출전했다. 덴마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던 에릭센은 지난해 6월 유로 2020 조별리그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쓰러져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의료진이 긴급 투입돼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에릭센의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 후송 후 심장 제세동기(ICD)의 도움을 받고서야 회복했다. 심장 제세동기 삽입은 심장마비 위험성이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시술이다. 체내에 부착된 기계가 심장의 상태를 점검해 불규칙한 진동이 발생하면 전기 충격을 통해 맥박을 정상화시킨다.
퇴원한 에릭센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세리에A 규정상 ICD를 달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어 인터밀란과의 계약은 해지됐다. 좌절하지 않은 에릭센은 개인 훈련을 통해 감각을 유지했고, 지난 1월 브렌트포드와 계약해 복귀를 노렸다.
지난달 26일 EPL 뉴캐슬전 교체 출전으로 기적과도 같은 복귀에 성공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몸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알렸고,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인 노리치시티전에서는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다. 스피드도 출전 선수 중 상위권에 속했다.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트피스를 전담한 에릭센은 정교한 킥으로 3골 중 2골에 기여했다. 에릭센의 존재감은 해트트릭 주인공 아이반 토니 못지않았다. 풀타임 활약만으로도 놀라운데 토트넘 시절 과시했던 정교한 킥으로 강등권을 향해 추락하던 팀을 건져 올리며 자신의 클래스를 과시했다.
경기를 지켜본 중계진은 “토트넘 때 보여줬던 킥력이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한 에릭센은 정교한 킥과 중거리 슈팅, 프리킥에서 강점을 보였다. 토트넘에서만 305경기 69골(90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30)과는 2015-16시즌부터 2019-20시즌 전반기까지 3년 넘게 호흡했고, 2018-19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합작했다. 손흥민도 해리 케인도 에릭센의 기가 막힌 패스에 수차례 엄지를 치켜들었다.
에릭센 활약을 기억하는 토트넘 팬들은 돌아온 에릭센과 콘테 감독의 인연을 언급하며 다음 시즌까지 그리고 있다.
에릭센은 2020년 1월 토트넘을 떠나 인터밀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감독이 콘테다. 이적 초기에는 콘테 감독의 스리백 전술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후반기 들어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며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에릭센과 브렌트포드와의 계약기간은 6개월이다. 브렌트포드와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이적료 없이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기적을 쓰면서 돌아온 에릭센이 킥력까지 완전히 살아난다면 토트넘 역시 차기 행선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