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가공식품, 외식 물가 줄줄이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곡물가 고공행진
곡물 수입 의존도 높은 식품‧외식업계 원가 압박 심해질 듯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품‧외식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빵, 음료, 스낵, 주류, 가공식품 등 사실상 대부분 식음료‧외식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또 다시 원가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단행한 지 100일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상에 나설 경우 부정 여론이 확산될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로, 전월인 1월 135.4 보다 3.9% 올랐다. 이는 199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6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지류와 유제품, 곡물 가격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 해바라기유는 전 세계 80%를 차지한다.
식량자원 시세가 급등하면서 헝가리, 아르헨티나, 터키 등 대표적인 곡물 수출 국가들도 수출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밀, 옥수수, 유지류 등 기초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식품‧외식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대응 방법은 소비자 가격 인상뿐인데 작년 12월부터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면서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밀, 옥수수의 경우 러시아, 우크라이나산 비중이 얼마 되지 않고 3개월 정도는 비축물량이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고 주요 수출 국가들이 수출을 통제할 경우 인상이 계속될 수 있어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장 다른 수출선을 개발하거나 하는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새로 수출 루트를 뚫어야 할 경우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생길 수 있고 제품 품질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여러 면에서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 등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외식업계도 난감한 상황이다.
외식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부담은 더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사료용 곡물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육류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수입 돼지고기가 원료로 사용되는 캔 햄의 경우 원가 인상에 따라 최근 1년 새 두 차례나 소비자 가격이 올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07.39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 올랐다. 이는 2008년 12월(6.4%)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식재료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라 인건비에 임대료도 오르고 올 들어서는 배달비용도 크게 올랐다”면서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미 안팎의 비용은 그 이상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고깃집 같은 경우 원가 비중이 40~50%는 되는데 고기 가격이 오르면 내부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손님도 줄어든 상황이라 가격 올리는 것도 눈치가 많이 보인다. 당분간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