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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확진자 20만명…‘돌려막기’ 의료폐기물 정책 수술대 올려야


입력 2022.03.08 14:10 수정 2022.03.08 14:1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의료폐기물 급증에 처리 방식 바꿔

소각장 가동률 90→86% 소폭 감소

“소각·관리 체계 전면 재검토 필요”

지난 2020년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와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중인 부산 동구 인창요양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반출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을 웃돌면서 그에 따른 의료폐기물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 등 관계 당국이 폐기물 분류 기준을 바꾸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돌려막기식 대책에 그쳐 이번 기회에 폐기물 정책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 2년이 지나면서 관련 의료폐기물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을 웃돌면서 의료폐기물 처리가 이미 한계치에 근접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 용량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자 환경부는 폐기물 분류를 변경하기로 했다.


먼저 생활치료센터와 임시생활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 일부를 기존 격리의료폐기물에서 생활폐기물로 처리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확진자 관련 의료행위와 무관하게 발생한 폐기물은 일반폐기물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격리의료폐기물 경우 당일 운반·소각을 원칙이기 때문에 최대 15일까지 보관할 수 있는 일반의료폐기물에 비해 처리에 어려움이 많다.


확진자 의료행위에 사용한 폐기물은 격리의료폐기물로 유지된다. 다만 양성 반응이 나온 유전자증폭(PCR) 검사 기구나 자가진단키트, 식속항원검사 등은 격리의료폐기물에서 일반의료폐기물로 전환해 처리한다.


병·의원이나 선별진료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일반의료폐기물은 전용 용기에 투입해 내·외부 소독 후 배출한다.


환경부의 이러한 정책 변경에도 의료폐기물 처리 포화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모두 13곳이다. 이들 소각장 전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하루 589.4t이다. 2020년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개별 소각장에서 별도 신고나 허가 없이 소각 용량을 최대 130%(766t)까지 늘릴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의료폐기물 소각장 가동률은 90% 정도다. 이번에 폐기물 처리 방식을 바꿨지만 가동률이 84%로 6%p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 이상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라 언제든 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


폐기물 분류체계 변경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확진자에게서 발생한 폐기물을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경우 격리의료폐기물과 달리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디프 달리왈 유엔개발계획(UNDP) 보건·계발이사는 “의료폐기물을 부적절하게 취급하는 것은 심각한 공중보건과 환경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도 “기존에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장에서 처리하던 폐기물을 앞으로는 일반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과 함께 처리한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폐기물 처리의 정밀한 추적이 불가능하고 당일 수거·운반·소각 처리하는 격리의료폐기물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이 확보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다른 전염병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번 기회에 폐기물 소각·관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전문가들은 이번에 의료폐기물 분류체계를 개편한 것과 함께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의료폐기물 처리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신·증설 적정 인허가 추진, 의료폐기물 멸균시설 활성화, 비상시 전용소각장 외 소각시설 예외 처리 허용 등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의료폐기물 등 폐기물 처리 현황 및 개선’ 보고서를 통해 “배출단계부터 자가 멸균해 전염성을 현저히 떨어뜨린 후 이동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한시적으로 마련한 전용용기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와 관련해 추후 연구를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병원 내에 자가 멸균시킬 수 있도록 폐기물 처리시설을 입지를 검토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폐기물 중에는 아무래도 감염성 폐기물이 많고, 꼭 감염성 물질이 아니더라도 처리자가 오염되거나 운반과정에서 오염이 일어날 경우 2차 피해가 가능한 물질들이 많기 때문에 특별한 처리 규정이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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