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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억 깎은 현대건설 양효진, ‘팀 사랑’의 그림자


입력 2022.04.08 00:00 수정 2022.04.07 23:4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MVP 예약한 양효진, 기존 연봉보다 2억 줄어든 5억에 잔류

샐러리캡 고려한 결단으로 현대건설 팀 내 FA 고예림 등 모두 잡아

양효진 희생과 우승 열망 빛나지만 샐러리캡 제도 무용론 불거져

현대건설이 팀 내 FA 선수들과 전원 계약을 완료했다. ⓒ 현대건설

여자배구 MVP 후보 양효진(33·현대건설)이 연봉 2억원을 깎고 팀에 잔류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6일 여자부 FA 협상 결과를 공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양효진의 계약금액. 계약기간 연봉 5억(연봉 3억5000만원+옵션 1억5000만원), 계약기간 3년으로 총 15억원에 재계약했다. 기존 연봉 7억원(연봉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보다 2억원이 줄었다.


양효진은 올 시즌 외국인선수를 제외하고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30경기 484득점)를 비롯해 블로킹-속공 부문 1위에 오르며 MVP를 예약한 선수다. 그런 선수의 연봉이 결과적으로는 삭감됐다.


구단의 내년 샐러리캡과 팀 내 다른 FA들과의 계약 등을 고려한 양효진의 결정이었다. 자신의 연봉이 줄지 않는 이상 다른 팀들의 러브콜을 받는 팀 내 FA 선수들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양효진도 잘 알고 있었다. 2020-21시즌 앞두고 3억 5000만원을 받고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배구 여제’ 김연경의 사례도 떠오른다.


V리그 여자부 팀 샐러리캡(연봉합산제한)은 23억원(옵션 포함), 보수총액(연봉+옵션) 한도는 7억원이다. 샐러리캡 제도에서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으면 다른 선수가 팀을 떠날 수밖에 없다. 결국 양효진은 자신의 연봉 2억을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고, 그 덕에 현대건설은 FA 고예림-김주하-이나연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양효진 ⓒ 한국배구연맹

양효진은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커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2019~20시즌과 2021-22시즌 정상을 1위를 하고도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 못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한이 맺혔다. 팀의 주축인 양효진도 마찬가지다.


데뷔 때부터 현대건설에서만 뛴 양효진은 "늘 최고 대우를 해줬던 구단이라 이번에도 팀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은퇴 전 꼭 우승컵을 들고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팀 사랑과 우승에 대한 양효진의 열망은 빛났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그림자도 분명 있다. 전력 불균형을 막기 위한 샐러리캡의 취지가 깨졌다는 점이다. 다른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한 ‘MVP 후보’ 양효진의 희생 덕에 현대건설은 우승 전력을 오롯이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음 시즌에도 '절대 1강'의 레이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MVP급 선수도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했던 제도의 취지도 살리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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