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민주당의 자민련 교섭단체 만들기 시초
21대 총선 전 위성정당으로 의원 이적
"정치 희화화"...민주 내부서도 비판
민형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신분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투입된다.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회를 4 대 2로 만들어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속전속결 처리하겠다는 노골적인 꼼수다.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쟁점 법안의 숙의 처리라는 국회 선진화법 취지도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개인적 결단"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 의원이 개인적인 비상한 결단을 원내지도부에 전달했고, 원내지도부는 그 선택을 수용했다"고 인정했다.
'의원' 숫자를 이용한 꼼수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당시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에 김의겸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으로 배치, 속전속결로 처리한 바 있다. 한 몸이나 다른 없는 열린민주당 의원을 형식상 '야당'으로 포함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 셈이다.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 시초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 3명을 탈당시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캐스팅 보터의 지위를 부여, 여야 2 대 1의 구도를 만들겠다는 차원이었다. "정당의 존립근거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헌정왜곡 사례"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심기준·정은혜·제윤경 등 비례대표 의원 3명을 제명하기도 했었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의원 꿔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정당투표 기호, 국회 기자회견실 사용 등 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 현역의원이 있는 정당과 없는 정당의 차이는 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꼼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에서 "18대 국회 당시 첨예한 안건을 다루기 위해 여야 다루기 위해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를 운영하도록 했다.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81식 소수야당이고 범보수는 179석이었지만 우리는 기꺼이 기득권을 내려놨다"며 "민주당은 오로지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 국회 선진화법 정신마저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위장 탈당'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조응천 의원은 "국민들 보기에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고 이상민 의원은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소속으로 당초 안건조정위 합류가 예상됐던 양향자 의원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