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한 달 앞으로
'우주' 관심 많은 尹대통령에 기업 기술 선보일 기회
민간 중심으로 성장할 우주 산업, 주도권 누가 쥘까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6월 15일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뤄지는 첫 '우주' 관련 이벤트다.
16일 누리호 2차 발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10일 발사를 앞둔 누리호의 모습을 공개했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 가로로 누워 있는 나로호는 전체 조립의 95%가 완료된 상태다. 1단과 2단이 각각 조립 완료됐다.
항우연은 지난 발사에서 문제가 생겼던 3단 막바지 보완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땐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위성 모사체를 목표했던 궤도에 올리지 못한 바 있다.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기업들은 윤 대통령이 '항공우주청' 설립을 약속하는 등 관련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누리호 발사에 거는 기대도 크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항공우주청은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위산업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각 부처에 흩어진 국내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할 조직으로, 한국형 항공우주국(나사·NASA)을 목표로 한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각 기업들이 향후 항공우주청의 설립과 합계 우주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적으로도, 국내에서도 우주개발 산업이 민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은 누리호 사업을 계기로 항공 분야 진출 및 사업 확대를 꿈꾼다.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 곳곳에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녹아 있다. '조립' 부문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진' 개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대 시스템 제작에 현대 중공업 등이 비중 있는 역할을 했다.
민간 분야에서 우주발사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기업은 한국항공우주다. 누리호 개발에서 부분 설계와 조립을 주도했던 한국항공우주는 차기 발사체 개발사업에는 '주도적' 설계와 조립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우주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우주선 개발 업체로, 2030년에는 '우주물류'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독자적인 발사 능력을 가진 국가가 전세계적으로 극소수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기업 가치 향상의 기회인 셈이다.
이 외에 국내에서 우주개발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각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이라 불리는 75t급 액체로켓 엔진은 물론 터보펌프, 각종 벨브류 제작과 시험설비 구축에 참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3월 누리호 75t급 엔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5t급 엔진 34기, 7t급 엔진 12기 등 총 46개 엔진을 제작했다.
누리호 엔진은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최초의 독자 기술 개발 엔진이다. 영하 180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액체 산소와 연소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제작 경험을 살려 앞으로는 발사체 엔진을 넘어 체계 종합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대를 제작한 현대중공업도 누리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토목과 건축 등 기반시설 공사는 물론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 발사대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대 발사관제설비(EGSE)까지 발사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 설치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항우연과 협력해 항공우주산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우주 관련 사업은 앞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위성 산업 규모는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궤도 위성 관련제품으로만 국한하면 연평균 70%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전세계 인공위성 수는 4,524대에서 8,018대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전체 인공위성 중 4분의 1 이상이 민간 기업의 물량이었다. 1,678대(21%)가 스페이스-X 소유고, 원웹이 365대다.
우리나라의 우주 발사체의 경우, 개발 후속 프로젝트 예산은 평균 8.5배씩 증가해왔다. ▲1990년~1993년에 진행된 KSR-1 개발사업 예산이 6억원 ▲1993년~1998년 개발한 KSR-2의 예산이 52억원이었다. ▲KSR-3(1997~2003)의 개발 예산은 78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KSLV-1(나로호, 2003~2013)의 개발비는 5000억원 ▲KSLV-1(누리호, 2010~2022) 예산은 2조원까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산업은 아직 '태동기'로 볼 수 있지만, 추세에 비추어보면 다음 사업의 예산 규모는 8~10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발사 횟수를 보장하는 등 우주 발사체 활용에 대한 명확한 미래 로드맵이 발표될 경우, 보다 공격적인 발사체 국산 기술 개발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