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김은혜 '중원 싸움'이 관건
'공식 단일화'는 중도표 상실 우려
'강용석 자진사퇴 그림' 바랄 밖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와 강용석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는 양자간의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강 후보가 자진사퇴 여부를 결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후보 사이의 '중원 싸움'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강 후보를 향한 하 의원의 자진사퇴 압박은 '단일화 방정식'의 또다른 형태라고 보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16일 오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은혜 후보와 강 후보의 단일화와 관련 "윤석열~안철수 과정처럼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협상에 의한 단일화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당시 안철수 후보 (중도 사퇴) 개인 결단의 문제였듯이 지금은 강용석 후보의 개인 결단의 문제"라며 "단일후보가 되면 누가 후보가 돼야 되는지 이미 결정난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협상하자고 하는 것은 억지스럽다"고 일축했다.
나아가 강 후보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 완주할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는 "완주하면 어쩔 수 없다"며 "우리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중도확장이기 때문에 극단 세력과 경선을 통해서 단일화하거나 이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0~11일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율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김동연 후보는 42.4%, 김은혜 후보는 41.8%, 강용석 후보는 5.1%였다. 양강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0.6%p 차이라, 강 후보 지지층의 향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강 후보의 지지층은 보수층 9.6%, 중도층 4.2%, 진보층 0.4%로 구성돼 있다. 보수층 일부도 여론조사에 답할 때 스스로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칭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지층이 사실상 단일한 보수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국면에서 강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김은혜 후보 입장에서는 득실 측면에서 양면성이 있을 수 있다. 강 후보의 지지층이 단일화를 했을 때 이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보수층이라는 점은 장점이다.
반대로 가만히 있어도 결국은 사표방지심리 때문에 절반 이상은 올 표인데, 섣불리 단일화를 했다가 김은혜 후보의 정치적 위치가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처럼 비쳐지면서 중도층의 표심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김동연 후보는 중도층에서 45.5%의 지지율로 김은혜 후보(41.0%)에 비해 오차범위내 우위에 있다. 보수층에서도 19.1%의 지지율을 가져와, 김은혜 후보가 진보층에서 가져오는 지지율(8.4%)보다 두 배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중원 싸움'에서의 유리함을 바탕으로 김동연 후보가 오차범위내 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김은혜 후보가 강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전체 선거 판세에서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의 '모양새'가 지지율 득실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은혜 후보의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단일화 없이 강 후보가 자진사퇴하는 게 '그림'이 가장 좋다. 반대로 쌍방이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면서 강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거나, 공동도정 운영이 약속되는 등의 전개로 흐르면 중도 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태경 의원이 협상은 없다고 일축하며 자진사퇴 결단을 압박하는 것이나, 김은혜 캠프 측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말자고 하는 것이나, 결국은 같은 이야기라는 분석은 이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은혜 후보측 관계자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도민의 뜻을 살펴보고 있다"며 유보적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김 후보를 돕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가 박빙이라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말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