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기준금리 1.5% → 1.75%, 전원일치
“스태그 우려보다 물가 상방 우려 확대”
한국은행이 최악의 물가 위기에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시사했다. 경기 둔화가 예상됨에도 성장 하방 압력보다 물가 오름세가 더 우려되는만큼, 물가안정을 위해 오는 7월, 8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성장보다는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크게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0.25%p 인상한 1.75%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두 번 올린 것은 약 13년만이다. 특히 이번 금통위는 이창용 총재가 취임한 뒤 첫 주재하는 정례회의였는데, 총재 취임 직후 곧바로 금리를 올린 사례는 처음이다. 이같은 한은의 이례적 행보는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대폭 높였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2.0%에서 2.9%로 올렸다. 연간 전망치 4.5%는 2008년 7월(4.8%) 이후 13년 10개월만의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 2%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또한 기존 3.0%에서 2.7%로 조정했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2.7%, 내년 2.4%로 전망되는데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고, 잠재적 국내총생산(GDP)또 따라잡을 수준”이라며 “수 개월간 5%대의 물가오름세를 비교하면 성장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보다도 물가 상방 우려를 더 걱정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의 추정 모델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 2년간 물가를 0.1%p 낮추는 효과가 있다. 직접 수요는 물론 기대심리까지 낮춘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이번까지 5번 금리를 인상했으니 물가 상승률을 0.5%p 끌어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8월 이후 한은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다. 앞으로 남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는 7월 13일, 8월 25일, 10월 12일, 11월 24일 4차례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이자율을 보면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며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을 수렴하게 먼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 2.25%~2.5%를 두고도 “물가가 예상 수준보다 많이 올라갔으니 당연히 시장 기대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피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 회복세는 양극화를 수반해 금리가 올라가면 당연히 취약계층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영세 사업자나 중소업체 등의 취약계층 정책은 정부 재정정책과 공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