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글로벌 수익 8억 돌파
'버즈 라이트이어' 제작자 "중국 요청, 수용 안해"
'탑건: 매버릭'이 전 세계에서 박스오피스 8억 달러를 돌파하며 톰 크루즈 경력 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이 작품은 1986년 항공 액션 영화 '탑건'의 후속편으로 톰 크루즈는 글로벌 수익 7억 9001만 달러를 올렸던 '미션 임파서블: 풀 아웃'을 뛰어넘으며 올해 북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의미 있는 점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개봉하지 않고서도 엔데믹 시대에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2019년 공개된 '탑건: 매버릭' 예고편에서 톰 크루즈는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이 장면이 사라지며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의식했다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예정대로 톰 크루즈는 대만 국기가 그려진 조종사 점퍼를 입고 영화에 등장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탑건 :매버릭'의 대만 국기 등장은, 사실상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할리우드는 세계 경제 2위 국가인 중국에서 영화를 개봉시키기 위해 중국의 검열을 의식해왔다. 중국의 검열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유명하다.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은 검열 대사가 되며, 성소수자나,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 등 금기시하는 주제를 묘사하는 콘텐츠는 가차 없이 중국에서 공개될 수 없다.
최근에는 '신비한 동물사전' 3편이 중국 개봉판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동성애 관계를 묘사하는 6초 분량의 일부 대사가 삭제됐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이 영화의 작품 정신은 훼손되지 않았고 사소한 편집과 상관없이 중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즐길 기회를 얻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라면서 중국의 검열을 받아들여 업계의 비난을 받았다.
2014년에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 개봉한 '트랜스포머'는 중국의 입김이 그대로 작용한 할리우드 영화의 단적인 예다. '트랜스포머 4'의 후원사였던 중국 7성급 호텔 판구다관의 운영사 베이징판구인베스트먼트는 영화에 등장하는 판구다관 장면이 계약 보다 짧다며 후원 계약 파기를 통보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호텔과 호텔 로고를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파라마운트 픽처스 롭 무어 부회장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직접 찾아가 대화를 시도해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이에 '트랜스포머 4'에는 판구다관 호텔 외 중국의 자동차, 전자제품 매장, 음료수, 술 등 중국산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또 중국의 여배우 리빙빙이 중국 현지에서 촬영, 영화의 3분의 1 정도가 중국 관련 장면으로 채워졌다.
2007년 개봉된 ‘트랜스포머 1편’은 중국에서만 4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이어 2009년 2편은 7200만 달러, 전작인 2011년 3편은 1억 7200만 달러를 벌었다. 중국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 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민감한 정치 이슈를 건드려 불똥을 입은 사례도 있다. 안젤리나졸리가 말레피센트 프로모션 행사에서 "대만과 중국은 다르다"라고 발언해 중국 영화 팬들의 불만을 사, 개봉 후 사흘간 흥행 실적이 예상보다 20% 저조했다.
할리우드는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 개봉을 두고 영화사가 국가의 요구에 복종해 검열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영화가 성공하면 거액의 제작비 보존은 물론이고 영화의 큰 수익을 벌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은 포기가 힘들다. 이에 할리우드 영화 업계는 중국 배우 기용은 물론, 중국 기업의 스폰을 받아 작품에 노출시키는 등 행동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것이다.
'탑건: 매버릭'외에도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 역시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은 일부 장면을 삭제해달라고 디즈니 픽사 측에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자 상영을 금지시켰다.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여성 캐릭터 간 키스 장면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중 버즈 라이트이어의 동료인 여성 부부가 입맞춤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중국 외에도 동성애를 금지하는 14개 국가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버즈 라이트이어' 제작자 갈린 서스만은 "어떠한 인위적인 조치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작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우리가 사회적 포용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며 "다만 그럴 수 없는 국가도 있다는 점은 좌절감을 준다"라고 상영 금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극장가가 회복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시대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탑건: 매버릭', '버즈 라이트이어'의 행보와 성과들은 할리우드 영화 독립성의 이정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